▲ 김일훈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
군축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회의장에서 남북한 대표가 한반도 안보 문제를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12·3 비상계엄 사태가 거론됐습니다.
주영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한국은 다른 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자국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는 데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 참사관은 이날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핵개발 등이 명백히 불법이라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의 정치 상황을 지목하면서 국내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비꼬듯이 말한 겁니다.
한국은 곧장 답변권을 행사했습니다.
김일훈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이 민주주의 제도에 관심을 보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대표단이 향후 우리의 민주적 절차와 우리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보여주는 진행 과정도 지켜볼 것으로 권유한다"면서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개발과 북·러 군사 밀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캐나다와 일본, 호주, 튀르키예, 유럽연합(EU) 대표부는 북한의 불법적 군사도발과 러시아와의 부당한 군사협력을 질타했습니다.
올렉산드르 카푸스틴 주제네바 우크라이나 대표부 차석대사도 "러시아에 막대한 군사 지원을 한 북한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는 러시아 스스로 지지한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직접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 대표부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주제네바 러시아대표부 공사는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 서방 동맹국들은 평화의 수호자라고 포장하려고 북한의 역내 평화 노력을 폄훼하고 있으나 현실과 모순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에 국빈방문 할 당시 한반도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실시 된 것은 '잠재적 침략자'로서 한미 양국의 공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주 참사관도 "북한의 국방력 강화 노력은 유엔 헌장에 완전히 부합하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며 "완전한 핵보유국으로서 우리의 지위는 타국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발언 모두를 반박했습니다.
김 참사관은 "북한은 현 한반도 상황의 인과관계를 호도하려는 헛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1950년 북한이 한국을 무력 침공하여 한반도를 황폐화한 결과로 결성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러시아까지 북한의 궤변적이고 위험하며 무용한 노력에 동참하고 스스로 동의한 안보리 결의까지 위반하고 있다"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협력이 적법하다고 궤변을 일삼지만 유엔 헌장 내 다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유엔티비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