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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반도체 봉쇄 8년, 중국 반도체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D램 제조업체인 푸젠진화(晋华集成电路)를 제재한 이후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2025년 1월까지 38개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실시했다. 반도체 기술, 장비, 서비스, 제품에 이르는 포괄적인 규제를 했고 대상 품목도 파운드리, 메모리, AI용 반도체를 망라했다. 이 정도의 규제라면 산업 자체가 초토화되고 반도체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제재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의 역사를 요약해 보면 대략 5단계로 나누어진다.
2012~2018년 : 중국 기술 부상 견제를 위한 전략 논의 및 초기 제재 시행
2019~2020년 : 화웨이, 푸젠진화, SMIC 등 주요 기업 제재 및 수출 통제 강화
2021~2022년 : Chips 법 제정과 AI·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등 본격적 규제 강화
2023~2024년 : ASML 장비 통제, 첨단 기술 제재 및 동맹국 협력 확대
2025년 : AI·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로 제재 범위 확장
2018년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중국 반도체 산업은 어떤 상황일까? 2021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반도체 기술 규제를 더 강화했고 초강력 반도체 통제 조치를 실시했다. 그 결과 중국의 반도체 생산은 큰 타격을 받았고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2022년 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중국의 반도체 생산은 다시 증가했고 파운드리, D램, 낸드 모든 분야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은 다시 살아나 서방 기업들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좌초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더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제재의 역설'이 작용?
세계 1위의 통신장비 업체이자 5G 통신에서 세계 1위인 화웨이는 2019년 미국의 제재 이후 매출 감소, 시장 점유율 하락을 겪었지만 2023년 이후 다시 점유율을 회복하고 영업 실적도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화웨이가 망했다는 서방의 시각은 착시다.
중국의 1위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SMIC는 반도체 기술, 장비, 서비스를 모두 차단당하는 강한 통제를 받았지만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에서 5년 사이 시장 점유율은 더 올라갔고, 매출액도 계속 증가했다.
2019년 3분기에 SMI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4.4%로 5위였지만 2024년 3분기 기준에는 점유율 6.0%로 TSMC와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위로 올라섰다. 2019년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는 14.5%포인트였지만 2024년에는 3.3%포인트로 축소되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중국의 반도체 기업 부도가 급증했고 그 결과 중국 반도체 굴기는 좌초되었다는 뉴스가 한국 언론에 넘쳐났다. 하지만 이것도 반도체 창업 기업 수 전체를 보지 않고 부도난 기업의 절대 숫자의 증가만 본 착시다.
2023년 중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의 폐업 수는 1만 900여 개로 2022년 5천746개 대비 90% 급증했다. 그러나 전체 창업 기업의 수는 7만 400개에 달해 폐업률은 15% 선에 그친다. 폐업 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폐업률이 2019년 이후 최대로 높아진 것은 맞지만 폐업 기업 수의 5.5배에 달하는 5만 9천500여 개의 반도체 기업이 생존해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보다는 바이든 시대, 그리고 바이든 초기보다 말기에 더 강력한 제재가 등장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기업과 산업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이는 미국의 제재에 구멍이 있었다는 말이고, 미국의 제재에 중국의 국산화 노력이 더 가속화되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제작한 7n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출시해 미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YMTC가 128단 양산에 성공했고, 232단도 개발했다. 중국 D램 기업 CXMT는 LPDDR4, LPDDR5 등 새로운 D램 기술을 예상보다 빠르게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고 D램 생산 능력에서 세계 비중이 2022년 4%에서 2024년 11%로 크게 높아졌다.
D램 생산에서 수율과 품질 면에서 중국 기업들은 아직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여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도 HBM 자체 설계와 상용화를 시작하고 있어 향후 HBM 분야에서도 한국과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대중국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의 '적(敵)'은 미국 기업?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 세계 5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대중국 매출 비중을 보면 역대 최대이다. 미국이 범처럼 난리를 치는데도 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세계 최정상의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미국 제재의 구멍을 찾아 대중국 수출을 늘린 것이다.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대중국 수출을 늘린 것은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점유율 확대의 반도체 전략에 따른 장비 시장의 급증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공장 착공 수는 123개인데 이 중 31%인 38개가 중국이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에서 미국의 장비와 기술 통제가 심하게 나오자 제재가 없는 레거시 반도체(범용)에 대대적인 투자로 세계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첨단 제품에서 협상력을 올리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래서 2024년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시장은 중국이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 속에서도 중국이 계속 성장하는 이유는?
둘째, 중국의 국가 차원의 집중적 지원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시작되면서 위기감으로 반도체를 '인체의 심장'으로 격상시키고 국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국산화를 시키겠다는 거국 체제(举国体制)를 시작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은 기본이고 수입 장비 감세,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급, 국산 반도체 우선 구매와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우대 정책 패키지를 실시하고 첨단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전략을 쓰고 있고 그 효과가 기술 개발과 장비 국산화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5월,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약 66조 4천억 원 규모의 3차 국가 반도체펀드를 추가 조성해 반도체 기업의 기술 장비 국산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셋째, 미국의 기술 제재가 만든 중국의 경각심과 위기감이다. 미국의 전면적인 반도체 기술 통제로 중국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 정부, 기업, 학계 모두가 반도체 국산화에 올인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자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무한대로 지원하고, 기술을 훔칠 수 있으면 훔치고, 베낄 수 있으면 베끼고, 협력할 수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하고, 개발할 수 있으면 개발하는 식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도했다. 칭화대부터 반도체전문대학을 설립하고 전국 주요 명문대가 대거 동참해 인력 공급도 가속화했다.
미국 반도체 규제 속에서 최고치를 경신하는 반도체 회사 주가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세계 AI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고 TSMC와 같은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 연산 능력 향상 가속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AI 모델의 처리 능력이 급속도로 커지는 추세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의 첨단 AI 반도체 기술 접근이 제한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 AI 기술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AI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고 AI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중국은 AI 반도체 기술 개발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 그 결과 수혜 기업들은 전반적인 증시 약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85년생 천재 엔지니어, 장시성 난창 출신의 천텐시(陳天石)가 창업한, '중국의 NVIDIA'라 불리는 Cambricon Tech(寒武纪:688256)는 2024년 초 이래로 주가가 373% 상승했다.
천텐시(陳天石)는 1985년 장시성 난창에서 태어나 2005년 중국 과학기술대학교 주니어 클래스(영재반)에서 이학 학사 학위를, 컴퓨터공학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중국과학원 컴퓨팅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6년 Cambricon Tech(寒武纪)를 설립했다.
후룬연구소는 2024년 후룬 부자 목록을 발표했는데, 이 목록에는 개인 자산 50억 위안 이상의 기업가 1천94명이 포함되어 있다. 천텐시(陳天石)는 재산 320억 위안으로 중국 부자 순위 140위를 기록했다. 2023년보다 재산이 73% 늘었고 순위도 150계단이나 상승했다.
세계 3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고성장을 지속해 2014년 초 이래로 주가가 103% 상승했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