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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름, K-클라이밍…'K' 남발한 문체부 보도자료 알고 보니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작가

노한동 더골룸2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을 낸 노한동 작가는 10년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생생한 현장 르포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말 사용을 강조했던 장관, 영어와 신조어를 좋아했던 장관 재임 시절을 비교하는 대목도 인상적인데요, 그는 공직사회 '철학의 빈곤'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말합니다. 그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기계적 순환보직제도 비판하고 있는데요, 과연 해결책은 없을까요?
 

이주상 기자 : 순환 보직 문제도 'Z자형' 얘기를 하셨는데, 순환 보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노한동 작가 : 순환 보직은 원래 한 분야와의 유착과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이 되었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인데 지금의 순환 보직은 너무 빨리, 너무 자주, 모두가 돌다 보니까 누구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 그게 하나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수현 기자 : 저작권 업무하실 때 베트남의 저작권 담당하는 공무원이 20년 정말 전문가더라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면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가서 정책을 해야 되고 이런 상황인 거잖아요.

이주상 기자 : 제가 정보통신부를 출입했었는데 비슷한 상황인 게, 중국에서 장관이 오면 양국 ICT 장관회의를 하는데 중국 장관은 20년째 같은 사람이에요. 한국은 한 2년마다 장관이 바뀌니까 둘이서 얘기를 하다 보면 사실 중국 장관이 보기에는 애거든요. 그러니까 잘 모르고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모든 담당 업무가 다 그래야 되는 건 아니지만 전문성이 있는 거는 확실하게 전문성을 지켜주고 그런 게 분명히 필요는 해 보여요.

노한동 작가 : 외국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사실은 민간한테도 휘둘리거든요. 이익 단체한테 휘둘립니다. 저작권 쪽 같은 경우는 굉장히 전문적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걸 다루는 신탁단체, 협회들, 기업들은 굉장히 오래 하고 전문성이 강하거든요. 근데 공무원이 모르면 휘둘릴 수도 있는 거죠. 중심을 잡아야 될 사람들이 모르면 그 피해는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보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주상 기자 : 실무 공무원들이나 국과장도 마찬가지지만 장관이 자주 바뀌는 것도. 어느 장관은 영문 K를 좋아하고 어느 장관은 다 한글로 써야 되고, 그것도 사실 실무 공무원 입장에서는 되게 힘든 문제일 거예요.

노한동 더골룸2
노한동 작가 : 장관의 취향에 맞춰야 한다라는 해바라기 같은 행태도 문제지만 더 크게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어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인데 K를 붙이고 안 붙이고 신조어를 쓰고 안 쓰고 외래어를 쓰고 안 쓰고에 대한 우리 자체의 철학이 없다. 위에서 이야기하면 고위 공무원부터 실무자까지 우르르르 쫓아가 버리는 철학의 빈곤 자체가 조금은 아쉽다. 그래서 계속 공범이다, 주범이다 이런 표현을 쓰게 되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저도 보도자료 받아보면서 아니 왜 이렇게 K를 많이 쓰지? 저는 영어 K를 좋아하시는 장관 시절에 보도 자료를 봤는데 K-씨름, K-클라이밍, K-국악 이런 표현도 제가 봤던 기억이 있고, K-챗GPT 그건 뭐예요?

노한동 작가 : 모르겠습니다. 

김수현 기자 : 진짜 많았어요. 그때 K를 왜 이렇게 많이 쓰나.

이주상 기자 : 더구나 문체부는 국어 정책 담당하는 부처인데 사실 큰 문제죠.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가장 큰 문제는 그거에 대한 철학이 없는 거죠.

노한동 작가 : 예를 들어 아무리 윗분이 바뀌어서 맞춰야 되는 문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처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고한 철학이 있으면 그렇게까지 휘둘리지는 않을 겁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데 그것 자체가 없으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거는 또 전문성 이야기랑 연결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전문성이 있으면 '도저히 나는 못한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이건 도저히 못하겠다'라고 손 뗄 수도 있는 저항성의 무기가 생기는데, 사실은 본인도 모르겠거든요. '나도 모르는데 그냥 시키면 해야지, 무서운데'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들이 안타깝습니다.

이주상 기자 : 그리고 사실 이 실무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블랙리스트나 원전 문제도 그렇지만 그건 법적인 문제로 가는 거고, 그런 거는 한나 아렌트가 얘기했던 악의 평범성의 차원에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건데, 법적인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충분히 설명하고 철학이 있다고 뭔가 알고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조차 할 수 없는, 그게 사실 우리 국민들한테는 불행인 거죠.

노한동 작가 : 그런 거는 공직사회가 반성을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사회가 잘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선 게을렀던 점도 분명히 있는 거 아닙니까? 이런 어젠다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김수현 기자 : 대안을 뒤에 상당히 많이 할애해서 쓰셨는데 정치권을 바꾸기는 어려우니까 공직사회에서 바꿔야 된다라고 하셨거든요. 정치권이 정부에다 이런 거 저런 거 요구하고 하는데 당장 바꾸기는 어렵고, 참 쉬운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이주상 기자 : 책을 읽으면서 앞에 한 3분의 2까지 너무 속 시원했는데 뒤에 그러면 어떻게 헤야 되나? 콜라를 마시다가 갑자기 고구마가 들어간 느낌.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그냥 자각해서 우리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제도적으로 뭘 한다든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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