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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경제와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은 '흐림'이다. 이미 작년 3분기부터 각종 내수 지표들이 확연히 꺾이고 있고, 배타적인 대외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올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더 나쁜 것 같다. 이를 반영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작년 10월 초 2.2%에 달했던 시장의 2025년 성장률 컨센서스는 1.8%까지 낮아졌다. 통상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곤 했던 정부는 연초에 성장률 전망치로 1.8%를 제시했고, 당초 1.9% 성장을 예상했던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 전망은 1.6~1.7%까지 낮아졌다. 시장 컨센서스도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의 상장사 이익 전망치에도 낙관적 편향이 크게 들어가 있는 것 같다. 1월 21일 현재 2025년 코스피 상장사 영업 이익 추정치는 300조 원으로 작년 9월 말 이후 10.4% 하향 조정됐다.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지만, 2024년 추정치 253조 원에 비하면 여전히 20.2%나 늘어날 것이라는 데 컨센서스가 맞춰져 있다. 올해는 증익이 아니라 감익이 우려된다. 수출 업종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낙관적 컨센서스는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서도 연초 주식시장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단기간의 주가 흐름만 가지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올해 전체적인 시장 흐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두 가지 점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의 주가 조정 과정에서 악재가 선반영됐을 수 있다는 점,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비달러화 자산의 반등 가능성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작년에 코스피는 9.6% 하락했다. 올해도 하락하면 2년 연속 하락하게 되는데,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는 전혀 다르지만 주가지수의 2년 연속 하락은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코스피가 2년 연속 하락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코스피가 산정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로 살펴보더라도 코스피가 2년 이상 연속으로 하락한 경우는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1982~83년 -7.6%, 1990~91년 -32.8%, 1995~97년 -63.3%였다.
신흥국 외채 위기가 불거졌던 1982~83년에는 2년 연속 하락세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당시 하락률은 7.6%로 2024년의 코스피 하락률 9.6%에도 미치지 못하는 완만한 조정이었다. 코스피가 2년 연속 떨어지기는 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줬을 정도의 조정으로 볼 수는 없다. 1990~91년에는 코스피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이는 3저 호황(저유가·저금리·저달러)을 등에 업고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강세장이 나타났던 1985~89년 코스피가 666%나 급등한 데 따른 반작용의 성격이 강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급등한 이후의 조정 패턴은 급락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코스피가 유일하게 3년 연속 하락했던 1995~97년은 외환위기라는 한국 경제 역사상 최악의 쇼크가 발생했던 시기였다.
올해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외환위기와 비교할 수는 없고, 최근 수년간 코스피는 해외 주요 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와중에서도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은 전혀 없고, 오히려 한국 증시의 상대적·절대적 저평가는 깊어지고 있다. 작년의 조정이 올해 예상되는 펀더멘털의 악화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예상되는 악재에 대해 시장이 어느 정도 내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편 장기간 지속돼 왔던 달러 강세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국 증시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2025년 들어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까지 상승했다. 2,000원까지 상승했던 1997~98년 IMF 외환위기 국면과 1,600원대에 근접했던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작년 12월 계엄령 선포 이후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원화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국 원화만 약한 게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하다. 특히 일본 엔화와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등은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 원화보다 달러 대비 더 약했다. '원화 약세'라기보다 '달러 강세'로 부르는 게 더 적확한 해석일 수 있다.
달러 가치는 2025년에 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재정 적자가 달러 약세의 불러올 것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 때도 재정 적자는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이었던 2019년 말 108%였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024년 말 121%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도 달러 가치는 강세를 이어왔는데, 왜 2025년에는 달러가 약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걸까?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가 달러 약세를 불러올 트리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를 철학으로 하는 공화당이 감세를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들의 철학이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감세를 해주는 대신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직전 정권 대비 재정 지출을 줄인 정권은 없었다. 1970년대 포드 행정부부터 최근의 바이든 행정부 때까지 모든 정권에서 재정 지출은 직전 정권 대비 크게 늘어났다. 공화당과 민주당 등 대통령의 당적과 무관하게 재정 지출은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가장 파격적인 감세를 단행했던 레이건 행정부 때의 연평균 재정 지출은 전임 카터 정권 대비 56%나 늘어났고, 최고 소득세율을 낮췄던 부시 행정부 역시 직전의 클린턴 2기 정권 대비 재정 지출이 22% 증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모두 인하했는데, 역시 재정 지출이 전임 오바마 2기 행정부 때에 비해 27%나 늘어났다.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부 지출이 급증했던 2020년을 제외하더라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재정 지출 증가율은 14%에 달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