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그램 성범죄 수사
'자경단'이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에서 10대 청소년 100여 명을 포함해 남녀 200여 명을 성착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일명 자경단 조직원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총책 30대 A 씨(활동명 '목사')를 범죄단체조직 및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자경단에는 15세 중학생 1명과 고등학생 6명 등 10대 미성년자 11명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경단에 포섭돼 지인의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해 제공하는 등 사이버 성폭력에 참여한 73명도 특정돼 이 중 40명이 검거됐고 1명은 구속 송치됐습니다.
A 씨는 2020년 5월 자경단을 결성해 남녀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협박 등을 통해 가학적 성착취를 한 혐의를 받습니다.
피해자 중에는 10대 남녀 159명(남성 57명·여성 102명)도 포함됐습니다. 10대 여성 피해자 10명은 A 씨에게 잔혹한 행위와 함께 성폭행당하고 촬영까지 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9∼2020년 약 1년간 범행한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3명이었습니다.
경찰은 자경단에 대해 "특정 성별만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주요 사이버 성폭력 범죄와 달리 대상이 다양해졌고 무차별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SNS를 통해 지인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과 유포에 관심을 보인 남성과 성적 호기심 등을 표현한 여성에게 접근해 텔레그램으로 신상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을 '목사'라 칭하며 약점이 잡힌 피해자 중 범행에 동조한 사람은 자경단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이들이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피라미드형 연쇄 포섭 방식을 썼다.
자경단은 '목사'→'집사'→'전도사'→'예비전도사'로 계급이 나뉘어 상명하복 지휘체계를 형성했습니다. A 씨는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이거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면 계급을 올리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드라마 '수리남'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해 목사라고 칭했다고 진술했습니다.
A 씨는 1시간마다 일상을 보고하고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어기면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나체 촬영 및 자해 등 가학적 성착취 행위를 강요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성 일부에게는 남성과 성관계해야만 지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세뇌해 자신과 성관계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조직원은 다른 조직원에게 유사강간 등 성적 학대를 당해야 했습니다.
경찰은 2023년 12월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전국에서 60건을 이송받아 압수수색 영장 202건을 발부받는 등 자경단을 추적했으나 텔레그램의 비협조 등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A 씨는 위장 수사한 경찰에게 "우리 사이버수사과 아저씨들 저를 잡을 수 있겠느냐. 수사하러 헛고생하지 말고 푹 쉬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텔레그램 운영자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하는 등 전방위 압박과 설득을 펼친 끝에 지난해 9월 범죄 관련 자료를 회신받았고 지난 15일 A 씨를 경기 성남시에서 검거했습니다. 텔레그램에 범죄 자료를 회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초 진술을 전면 거부했던 A 씨도 증거자료를 보고 단순한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 범행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에게는 범죄단체조직과 청소년성보호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19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경찰은 어제 A 씨를 상대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했습니다.
경찰은 A 씨 등 조직원들의 압수물을 분석해 추가 피해자를 특정하는 한편 아직 붙잡히지 않은 조직원을 쫓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