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병사의 진술을 통해 북한군 파병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전선에 투입됐고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공개되는 북한군 포로 진술
우크라이나 측은 이후 이들의 심문 영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는데, 북한은 파병 군인들을 러시아 전선에 보내면서도 이들이 누구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군 포로는 "러시아로 가는지도, 적이 우크라이나 사람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는 말을 듣고 전선에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17살에 입대했다는 북한군 포로는 "파병 사실을 어머니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면서 남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북한보다) 산이 얼마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이외의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교육받지 못하고 김정은 일가의 세뇌 속에 살다가 영문도 모른 채 다른 나라 전쟁에 뛰어들었음을 증언한 것입니다.
이 북한군 포로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우크라이나 괜찮은 것 같아? 여기는 좋아"라는 답을 듣고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피력한 것입니다.
북한군 사상자 3천여 명인데 포로는 겨우 2명
이 정도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정도라면 포로도 상당히 잡히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북한군 파병 이후 포로가 확인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달 26일 포로로 잡혔던 북한군 1명은 부상이 심해져 하루 만에 사망한 바 있습니다.
3천여 명이 죽거나 다칠 정도로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데 북한군 포로의 수는 왜 이렇게 적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난달 27일 존 커비 미 백악관 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의 브리핑에 들어 있습니다. 커비 보좌관은 당시 "북한군이 포로가 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는 대신 자살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도 북한군 병사 1명이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수류탄을 꺼내 자폭하려다 사살된 사례를 확인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우크라이나군도 북한군을 포로로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군 생포 작전에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을 포로로 잡기 위해 며칠에 걸쳐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쿠르스크의 한 숲에 있던 북한 군인 8명의 움직임을 며칠간 지켜보다 매복 공격을 감행했고, 북한 군인들이 빠르게 후퇴하자 낙오된 부상병 수색에 나서 다리를 다쳐 수풀에 누워 있는 병사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 병사는 손에 수류탄을 들고 위협했는데, 우크라이나군이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다 괜찮다, 우리는 도와주러 왔다"고 말하며 생포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병사를 데려가려고 하자 러시아군이 고강도의 폭격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낙오된 북한군을 죽여 포로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어려움 끝에 이번 전쟁 최초로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을 생포했습니다.
북한군 포로는 어떻게 처리될까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붙잡힌 포로인 만큼,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에는 몇 가지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첫째, 북한군이 포로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가 생포된 북한군을 자국군 소속이라고 확인하지 않는다면, 생포된 북한군은 전쟁 포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을 불법으로 살상한 '불법 전투원'이 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군은 범죄인이 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형법에 따라 살인죄 내지 상해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하고 우리 정부가 북한군을 데려오려는 의지를 보일 경우, 정부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범죄인을 인도받는 형식으로 북한군을 데려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북한이나 러시아가 자국군 소속임을 인정하게 되면, 생포 북한군은 전쟁포로로서의 대우를 받게 됩니다.
'제네바 협약'은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국제법에 따라 생포 북한군은 북한이나 러시아로 돌아갈 지위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군 포로가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포로가 되느니 자폭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환영받기보다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우 포로 송환의 예외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네바 협약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석서에 따르면, 포로가 본국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될 위협에 직면할 경우 송환 의무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에 의거해 북한군 포로를 송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예외 규정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북한군의 한국행 의사와 함께 우리 정부의 수용 의지, 우크라이나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현재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국내의 정치적 혼란과 불안정한 리더십이 걸림돌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