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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걸린 현금 가져간 보이스피싱 운반책…대법 "사기 아냐"

문에 걸린 현금 가져간 보이스피싱 운반책…대법 "사기 아냐"
▲ 대법원 전경

'현금을 인출해 집 앞에 두면 카메라로 살펴보겠다'고 말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피해자가 집 앞에 둔 현금을 운반책이 가져간 경우 사기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피해자가 현금을 넘겨준 것은 아니었기에 사기죄 성립에 필요한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없었다는 취지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경우 절도에는 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절도로 기소되지는 않아 절도에 해당하는지는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A 씨는 2021년 11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반책으로 일하며 4차례에 걸쳐 8천여만 원의 현금을 피해자들로부터 수거해 간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 법원은 A 씨의 범행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봐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사기죄를 무죄라고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무죄로 본 범행은 A 씨가 피해자 B 씨의 자택 현관 손잡이에 걸린 현금을 수거해 간 부분입니다.

당시 보이스피싱 조직은 B 씨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경찰을 사칭하면서 'B 씨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유출됐는데 거래하는 은행 직원들이 의심스럽습니다.

은행에서 현금 4천만 원을 찾아와 집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두면 지문 인식카메라로 (현금에 묻은) 지문을 조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속은 B 씨가 현금을 찾아와 비닐봉지에 넣어 현관문 바깥 손잡이에 걸어 두자, A 씨는 곧바로 이를 가져갔습니다.

대법원은 "B 씨는 자신의 집 현관문 손잡이에 현금 4천만 원을 넣은 비닐봉지를 걸어둔 상태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B 씨의 행위만으로 현금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가 A 씨에게 이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사기죄는 범인에게 속아 착오에 빠진 피해자가 재물의 지배권을 사실상 범인에게 넘기는 처분 행위가 필요한데, B 씨의 경우 현금을 A 씨 등에게 건네주려고 집 밖에 걸어둔 것은 아니었기에 사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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