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49일 만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공개석상에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출석해 탄핵소추 사유들을 하나하나 부인하거나 반박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는 계속 나오겠다는 입장인데요, 공수처 조사는 거부하면서 헌법재판소에는 계속 출석하는 의도가 무엇일까요?
윤 대통령 "저는 자유민주주의 신봉자"
짙은 색상의 양복 차림이었는데, 빨간색이 강조된 넥타이를 맸습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보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1호 당원'이라는 점을 환기하는 시각적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방청석 기준 심판정의 우측에 앉아 말없이 정면을 응시하거나 방청석을 쳐다보면서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2시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재판관들과 함께 입장한 뒤 "피청구인 본인 나오셨습니까"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착석했습니다.
출석 확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양해해 주시면..."이라며 문형배 대행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해 허가받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정에서 처음 입을 연 윤 대통령은 1분가량 발언했습니다. 가장 강조한 건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자기규정이었습니다.
1분 발언의 전체 내용은 이렇습니다.
제가 오늘 처음 출석해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 헌법 소송으로 업무가 과중한데 제 탄핵 사건으로 고생을 하시게 돼서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상황이 되거나 질문이 계시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 끌어내기·계엄 포고령 부인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없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언론 기사에서 봤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고 말을 흐리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제기되는 '부정선거론'에 관해서는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지시한 것)"고 했던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국회 의결이)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저는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비상계엄 당시 선포한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으로 실제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정치인 체포·사살 지시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포고령 집행의 구체적인 의사가 없었으므로 실행할 계획도 없었고, 포고령을 집행할 기구 구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는 겁니다.
"한동훈 여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바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난감해진 공수처
어제(20일) 공수처가 조사에 불응하는 윤 대통령을 강제구인하려 시도했지만, 변호인들이 헌법재판소 변론 준비를 이유로 밤 9시 반까지 윤 대통령을 접견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준비를 이유로 공수처 조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수처로서도 강제구인이나 구치소 방문 조사를 계속 시도하겠지만, 대면 조사를 강제할 뾰족한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첫날 공수처에서 일방적인 입장만 얘기한 뒤, 공수처 검사의 질문에는 한마디도 답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모레(23일)도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진행됩니다.
구속영장 1차 만기인 28일 이전에는 기소권이 있는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데, 이러다가는 제대로 된 조사를 못하고 사건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