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체포 첫날인 어제(15일)는 진술을 거부하더니, 오늘은 공수처에 나오라는 요구마저 불응했습니다. 체포가 적법하지 않았다면서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는데, 이 자리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구치소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법적 수단은 모두 동원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수사에 비협조적인데요, 계엄 사태 이후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임하겠다'던 말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 권한"…검사 질문에는 묵비권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오전에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며 조사 거부 방침을 밝혔습니다.
공수처는 그러나, 오후 2시에 2차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나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끝내 윤 대통령 측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불출석했습니다.
오후 2시 조사와 관련,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을 통해 오후 1시 50분쯤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음.
- 공조수사본부 언론 공지
어제(15일) 윤 대통령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윤 대통령은 조사 초반에 검사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에 대한 일방적인 진술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으로 국정이 마비됐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는 겁니다.
"공수처 수사는 불법"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였습니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을 묻는 인정신문 단계에서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심지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답조차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수처가 200여 페이지의 질문지를 준비했지만, 이들 질문에는 입을 닫은 겁니다.
윤 대통령은 어제(15일) 조사 뒤 조서 열람과 날인도 거부했다고 합니다. 피의자 본인이 날인하지 않은 신문조서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불리할 수도 있는 묵비권, 왜 행사하나?
진술거부권(묵비권)은 헌법상의 권리이긴 하지만, 이 권리를 행사하는 게 유리한 건 아닙니다.
검사 출신 김경진 전 의원도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혐의를 인정하면 오히려 불구속되는 경우들이 좀 있다. (묵비권 행사가) 그렇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진술을 거부해도 다른 증거들이 있기 때문에 구속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겁니다.
검찰의 수장을 지낸 윤 대통령이 이런 점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공수처 검사들의 질문을 보며 수사 정보를 파악하고 재판 전략을 짜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사의 질문들을 보고 수사의 방향, 증거 수집 정도 등의 정보를 계속 메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어떻게 수사하고, 재판에 대비할 것인지 감을 잡는 기회로 활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피의자가 검찰총장 시절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피의자의 경우에 '굳이 피의자 신문을 할 필요가 있느냐', '괜히 수사 정보만 알려주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중략) 계속 검사의 질문들을 보고 거기에 대해서 수사의 방향, 증거 수집한 정도 등에 관해서 정보를 계속 메모해가면서 어떻게 수사하고 재판에 대비할 건지 그런 감을 잡는 기회로 활용했을 겁니다.
- 한동수 변호사,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10월 대검 감찰부장으로 임명됐고, 이른바 '추-윤 갈등' 국면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를 주도하는 등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을 빚었습니다.
체포적부심사에도 불참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경호 문제나 기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출석)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혐의 내용이 아니라 체포영장의 절차에 관한 이의 신청 성격의 심문인 점,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 대통령이 이동하는 과정에 경호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어제(15일) 진술을 거부하면서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으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이 적법한지 판단해달라고 한 겁니다.
윤 대통령 측은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가 전속관할권을 위반해 무효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체포적부심사는 서울중앙지법에 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 공수처에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공수처의 수사는 권한이 없는 불법 수사이다.
▶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고 수사권만 있는데, 수사권만 가진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이 전속관할권을 가진다. 따라서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관할을 위반한 것으로 영장 자체가 무효다.
이런 '불법 수사·위법 영장' 주장에 대해 공수처는 두 차례 체포·수색영장 발부와 이의 신청 기각으로 법적 판단이 끝났다는 입장입니다.
공수처의 대통령 수사나 체포영장 집행이 모두 적법하다는 겁니다.
결정은 심문 절차가 끝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해야 하는데, 비교적 신속히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체포적부심사가 진행되는 서울중앙지법에는 윤 대통령의 체포를 규탄하는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