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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저지선 배치하라" 묵살…결국 '무혈입성'

<앵커>

보신 것처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경호처의 움직임입니다. 몸싸움도 없었고, 적극적으로 막으려는 의지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강경파로 꼽히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어제(14일)부터 관저를 지키는 경호 인력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 배경을 박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예 소총까지 들고 공관 구역을 순찰하거나 소총이 든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그제까지는 눈에 띄었지만, 어제 이후 그런 움직임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버스 벽이 오늘 잠시 촘촘해졌을 뿐이었는데, 그마저도 막상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되자 경호원들은 버스 키를 안에 놔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경파로 알려진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어젯밤 경호인력 80여 명을 1차 저지선에 배치하라고 지시했지만, 경호원들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오늘 새벽 0시쯤, 경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막상 이 본부장을 포함해 5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후문입니다.

새벽 4시가 넘어서자 경호원 300여 명이 1차 저지선에 배치되기는 했지만, 이들은 집행 시작 후, 인간 방어벽, 즉 스크럼을 만들어 저지하지 않고 관망만 했습니다.

2차 저지선에서는 이 본부장 지시를 묵살하고 사라졌던 한 경호처 간부가 나타나 직접 저지선을 해제해 주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저 외곽을 지키는 군 병력도 국방부가 예고한 대로 집행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0일, 김성훈 경호차장이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은 직후만 해도 경호처 직원들은 "끝까지 지키자"는 김 차장의 지시를 따르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사흘 전, 김 차장의 강경 대응에 방침에 반발하며 김 차장의 사퇴를 요구한 경호처 부장이 대기발령 조치를 당한 뒤 내부 여론이 급격히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튿날, 소장파 간부들은 따로 회의를 열어 "영장이 집행돼도 더는 지휘부 지시를 따를 수 없다"거나 "스크럼도 짜지 말자"고 결의했습니다.

이들이 어제 오후, 영장 집행에 나설 경찰과 공수처 관계자들의 관저 출입을 허가하자는 내부 기안을 작성한 뒤, 김 차장에게 결재하라고 압박했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김 차장은 결재를 거부하며 2차 영장 집행도 저지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상태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총애를 받던 김 차장은 오늘 수사개시서가 접수돼 직권면직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호처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서 불과 닷새 만에 내려온 셈입니다.

경호처 관계자는 "오늘 영장 집행 현장에는 협의와 인솔을 위한 인력만 나갔고, 다른 인력은 경호동에서 대기했다"며 "최근 경호처 내부 흐름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제일,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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