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작년 12월 4천억 원↓…9개월 만에 감소

지난해 말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거래가 줄고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인 탓에 은행권 가계대출이 9개월 만에 뒷걸음쳤습니다.

2금융권까지 포함하면 2조 원 늘었지만,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이 오늘(15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141조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천억 원 줄었습니다.

지난 3월(-1조 7천억 원) 이후 9개월 만의 첫 감소입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902조 5천억 원)이 8천억 원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 4천억 원)은 1조 1천억 원 줄었습니다.

작년 한 해 전체로는 46조 원의 가계대출이 불었습니다.

2021년(71조 8천억 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증가 기록입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까지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작년 12월 모두 2조 원 늘었습니다.

5조 원이 늘었던 전월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습니다.

업권별로는 은행에서 4천억 원 감소와 대조적으로 2금융권 가계대출이 2조 3천억 원 늘었습니다.

다만 증가 폭은 3조 2천억 원이 늘었던 작년 11월보다 줄었습니다.

2금융권 가운데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이 농협을 중심으로 2조 2천억 원 불었고, 보험 3천억 원, 저축은행은 1천억 원 증가했습니다.

전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3조 4천억 원 늘었지만 전월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1조 4천억 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작년 한 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41조 6천억 원 불었습니다.

증가 폭도 전년 10조 1천억 원보다 커졌습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작년 12월 가계대출 특징에 대해 "주택거래가 줄어든 데다 정부의 건전성 정책과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했다"며 "비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8월 이후 증가세가 계속 둔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흐름과 관련해서는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현재 고점 대비 3분의 1수준까지 축소됐고, 일반적으로 연초 상여금 등으로 신용대출도 줄어드는 만큼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계속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좀 더 긴 시계에서 보면 최근 가산금리 인하 등 금융 여건 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거래와 대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기업 대출의 경우, 예금은행에서 12월 한 달 11조 5천억 원(잔액 1천315조 1천억 원) 줄었습니다.

매년 12월만 놓고 보면 2016년 12월(-15조 1천억 원)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작년 4분기 전체로도 기업 대출은 1조 2천억 원 축소됐습니다.

4분기 기준으로는 2016년 4분기(-8조 3천억 원) 이후 첫 감소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 4조 3천억 원, 7조 1천억 원 줄었습니다.

중소기업 가운데 개인사업자의 대출도 1조 3천억 원 뒷걸음쳤습니다.

박 차장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투자를 유보하면서 시설자금 수요가 줄어든 데다 기업 대출 목표를 달성한 은행들도 대출을 늘리기보다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