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인공지능 기술이 데이터를 분석한 다음 전쟁터의 군인들에게 임무를 전달한다. 군인들은 저고도 인공위성이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해 드론을 조종한다. 적진으로 날아간 드론은 숨어있는 전차를 발견하고 소형 폭탄을 투하한다. 이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되어 곧바로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에 업로드된다. 동영상 플랫폼 이용자들은 이를 시청하며 전쟁 반대 댓글을 쓴다. 요란한 통신병의 소리도, 중화기가 만들어내는 굉음도 없지만 이는 분명히 오늘날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모습이다.
이는 스타트업 기술이 만든 변화이다. 오늘날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는 전쟁 상황을 뒤집는 전략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대 군수기업이 규모의 경제로 지배하던 국방 산업에서 스타트업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국방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을 제시해 주는 북미 스타트업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가 대표적인 예이다. 팔란티어는 온라인 사기 거래를 감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공공기관에 정보분석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단계를 거쳐 미국 내 군사기관과 정보기관에 정보를 분석하고 전략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군사 목적 특화 서비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능력을 입증하면서 큰 유명세를 얻었고, 지난 몇 년간 팔란티어의 기업 가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쟁터도 스타트업 기술에 의존
스타링크(Starlink)는 폭격으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저고도 군집위성을 운용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스타링크 단말기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양측 모두 전시에서 중요한 통신 임무를 스타트업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군인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임무를 교환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공유한다. 전쟁터의 소식은 실시간으로 여과 없이 전달된다. 군인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페이스북,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려지고, 텔레그램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개인 사용자들에게 빠르게 전달된다. 우리는 관련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전쟁 지역의 국가들은 이를 국제 여론전에 활용하고 있다.
소형 비행기기 드론은 전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저비용으로 제작한 드론 한 기는 적진을 정찰하고 중화기를 파괴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미래 공중전의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말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창업자는 소셜 미디어 X에 "F-35와 같은 유인 전투기는 만드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며 "미래 공중전은 드론 전쟁"일 것이라 말했을 정도로 드론은 이제 국방 전략 내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보행 로봇 등과 같이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는 첨단 기술들도 전쟁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스타트업 기술들은 기존 재래식 무기 이상으로 높은 가성비를 보여주며 효과를 입증했다.
K-방산의 변화는 스타트업과 함께
방위산업 제품들이 국내 수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른바 K-방산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유럽, 중동, 남미 지역 등에서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수출 품목은 전차, 자주포, 미사일 등 다양하다.
해당 무기들은 모두 기술의 집약체이지만, 재래식 무기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글의 시작에서 기술한 작고 빠른 전투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현대전의 모습은 달라지고 있고, 군수산업은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K-방산도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때 스타트업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
국내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들이 많다. 해외 전쟁 지역에서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드론, 로봇, 저궤도 소형 위성 제작 등은 이미 국내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아직 방위산업에서 두각을 보여주는 국내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지만 잘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여전히 폐쇄적이라고 평가받는 국내 방산 업계가 국내 스타트업들을 더 적극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