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주 이튼서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타는 민가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첫 산불이 돌풍을 타고 번지는 가운데 추가로 최소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다른 산불까지 겹치면서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바람을 탄 불씨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지역에서 지역으로, 건물에서 건물로 불을 옮기는 와중에 소방당국은 인력은 물론 소방용수마저 부족해 진화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LA 산불로 현재까지 최소 5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전날 오전 LA 해안가 부촌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근 이 일대에서 불고 있는 국지성 돌풍 '샌타 애나'로 인해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7일 밤 캘리포니아주 이튼과 허스트에 이어 이날 아침 우들리에서도 각각 산불이 나면서 LA와 그 주변 지역에는 모두 4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이날 저녁까지 집계에 따르면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만 임야 등 1만 5천 에이커(약 60㎢)가 불에 탔고, 3만 7천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튼 산불로는 1만 600에이커(약 43㎢)가 소실됐고 5만 2천여 명에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허스트 화재의 범위는 505에이커(약 2㎢), 우들리는 30에이커(약 0.12㎢) 정도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강풍을 타고 세를 키우고 있습니다.
밤 사이 1천 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고, 150만 가구 이상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NN 집계에 따르면 이번 LA 카운티 대화재로 인한 대피령 적용 인구는 현재까지 15만 5천 명에 이릅니다.
재산 피해 규모도 520억 달러(약 75조 9천억 원)에서 570억 달러(약 83조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간밤에 어둠과 강풍 여파로 진화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라, 정확한 피해 규모가 어디까지 불어날지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AP통신은 주택 500여 채가 소실됐던 1961년 벨에어 화재를 넘어서 60여 년 만에 LA 역사상 최악의 화재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타오르는 불씨들이 마치 반딧불이 떼처럼 방향성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중에 짙은 연기가 도시의 낮과 밤을 뒤바꿔 놓은 모습이라고 NYT는 현지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현재 LA카운티의 진화율은 0%에 머물고 있습니다.
1천400여 명의 소방수들이 투입돼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화재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앤서니 마론 LA카운티 소방서장은 "1∼2건의 대형 산불에는 대비가 돼 있었지만 4건에는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진화 인력 부족을 호소했습니다.
소방용수 부족은 진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마크 페스트렐라 LA카운티 공공사업국장은 "다수의 소화전에서 몇 시간 동안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은 시스템이 버티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당국은 주민들에게 물 사용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소방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했습니다.
때마침 LA를 방문하던 중 이날 뉴섬 지사와 통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진화에 필요한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제공했다"며 "행정부는 대응 지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는 퍼시픽 팰리세이즈 주민들과 LA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경계심을 갖고, 지역 당국자들의 말을 들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재난관리청(FEMA) 재난 지원금 지급을 승인, 현재 연방 소방 장비와 인력이 LA 일대 화재 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당국은 화재 피해를 급속도로 확산시킨 강풍이 다소 수그러진 점에서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 최고시속 100마일(약 161㎞)에 이르던 풍속은 8일 오후에는 시속 50∼60마일(약 80∼96㎞) 수준으로 누그러졌습니다.
이에 강풍으로 이륙하지 못하던 헬리콥터와 비행기도 소방 활동에 투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