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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돈 잘해야 진짜 어른? "지저분함 받아들였더니 예상치 못한 반전"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My Home Is Messy, and I Don't Feel Bad About It, by KC Davis

0107 뉴욕타임스 번역
 

* KC 데이비스는 텍사스주에 사는 심리치료사다. 저서로는 "물에 잠기는 집을 살려내는 법(How to Keep House While Drowning)"이 있다.
 

나는 정리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 정리 팁을 이야기하는 심리치료사다. 내가 세탁한 옷들을 개지 않은 채로 바구니에 던져넣고, 부엌에서는 바퀴 달린 거대한 쓰레기통을 굴리는 우리 집 광경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면 댓글은 나의 게으름을 꼬집는 비판과 비아냥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메시지함은 다르다. 엉망진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가 자신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고백을 해오는 이들이 종종 있다.

"제가 끔찍한 인간인 것도 아니고, 변명만 늘어놓는 인간도 아니라는 거죠?"
"이 계정을 방금 알게 되었는데,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세상은 너저분한 사람들에게 가혹하다. 이해는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성숙하고 성공한 여성의 집이 부동산 전문 케이블 채널 HGTV의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애나 게인스의 집처럼 채광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안식처, 잘 정리된 침대와 말끔한 조리대가 놓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예술 수준으로 라벨을 붙인 용기에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물건을 아무렇게나 쌓아둔 더미나 더러운 얼룩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공간.

나는 그런 집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오랫동안 나는 스스로 '정리 정돈 잘하는 진짜 어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4년 전 나는 내가 지저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이후 자유와 예상치 못한 기쁨이 찾아왔다.

지저분함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것을 고쳐야 하는 나쁜 습관, 집에 손님이 오면 정신없이 양해를 구하고 사과해야 할 무언가로 여긴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지저분한 나 자신을 '용서'하거나, '결함'을 농담거리로 삼아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 문화가 지저분함을 곧 게으름과 연결 짓기 때문이다.

나는 수년간 정리 정돈을 못 하는 것이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는 복음을 전파해 왔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지저분함이야말로 좋은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려 한다. 모든 공동체에는 지저분한 사람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조애나 게인스가 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사랑스러운 가족의 포근한 혼돈으로 넘쳐나는 집, 잡동사니로 가득 찬 벽장을 가진 몰리 위즐리(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해리의 단짝 친구 론 위즐리의 엄마-역주)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마사 스튜어트가 될 수는 없다. 어떤 이들은 월든 호수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너무나 정신이 팔린 나머지 다른 누군가가 식사와 빨래를 대신 해주어야 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이기 때문이다. 인정하자. 아무리 한참 물건을 바라보며 설레지 않는가 고민해 봐도 모든 사람이 곤도 마리에의 옷장처럼 정리 신공을 발휘할 수는 없다. 어떤 이는 그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책상을 평생 두고 살 것이다.

내가 르네상스 시대 의상을 수제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내 뇌의 귀한 부분은 곧 온 식탁이 천 조각과 바느질 용품으로 가득 차도록 내버려둔 뇌이기도 하다. 나를 멋진 사람으로 만드는 특성과 나를 너저분한 사람으로 만드는 특성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과학도 이를 뒷받침한다. ADHD 환자들이 정리 정돈을 잘 못 하는 이유는 시간 관리와 집중력 전환, 기억력 및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영역인 뇌의 중추가 보통의 뇌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이같이 비정형적인 뇌의 기능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발산적 사고와 창의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너저분함이 생산성과 창의성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도 자주 보이는데, 이 역시 틀린 이야기일 수 있다. 미네소타 대학의 한 연구는 학생들에게 탁구공 공장에서 탁구공의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을 주고, 한 집단은 잘 정돈된 깨끗한 공간에서, 다른 한 집단은 지저분한 공간에서 이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지저분한 공간에서 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들은 깔끔한 곳에서 일한 참가자들과 동일한 수의 아이디어를 냈을 뿐 아니라, 독립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우리 지저분한 인간들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의무, 나 자신과 가족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꼭 깔끔한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뇌를 거스르지 않고 나의 뇌에 적합한 방식을 통해 즐겁고 기능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이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고도 물건을 잘 정리한다.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뭔가를 아무렇게나 두고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내가 쓰는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저분함 자체보다 훨씬 더 피곤하다.

그것이 내게 변화를 시도하거나 노력할 깜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은 정반대다. 쓰고 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나는 모든 방에 쓰레기통과 빨래 바구니, '다른 방에 있어야 할 물건 상자'를 둔다. 어떤 방이 괴로울 정도로 지저분해지면, 감당이 안 된다는 핑계로 외면하는 대신 물건들을 상자에 던져 넣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보기 좋고 깔끔한 수납함 대신 바퀴가 달린 이동식 진열대를 사용한다. 그쪽이 물건을 보관하기도 편하고 미술 작업을 하던 식탁을 급히 치우고 밥을 먹어야 할 때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내게 맞는 방식을 찾는 데 집중한다. 음식 찌꺼기가 붙어 있어 냄새가 나거나 해충이 꼬이지만 않는다면, 싱크대에 사용한 접시가 며칠씩 쌓여있어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내가 필요할 때 찾아서 입을 수만 있다면 옷이 개어져 있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다. 아이들이 어린 우리집에서는 싱크대 위에 물건이 마구 들어차 있어도 매일 사용하는 물건을 바로바로 찾아 쓸 수 있는 편이 누군가의 미니멀리즘 미학을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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