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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술자리…소주 2병을 마셔도 덜 취한다?

연말연시 술자리…소주 2병을 마셔도 덜 취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저녁 약속을 피하려 해도 송년회 등으로 술자리에 한두 번은 참석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술을 마시다 보면 가끔 자신이 예전보다 술이 세졌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소주 2병을 마셨는데도 별로 취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을 때처럼 말입니다.

이는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일까요?

사실 그보다는 과거 도수가 높았던 시절의 소주만을 기억해 최근 소주가 '순해졌다'는 점을 잠시 잊은 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착각인 셈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술인 소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부드러운 소주'를 향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40대 이상의 음주 애호가들에겐 '소주=25도'라는 등식이 익숙하지만, 이는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옛 진천양조상회(현 하이트진로)가 1924년 처음 '진로'를 선보였을 때 소주의 도수는 35도였습니다.

이후 1965년에 제조 방식이 증류식에서 희석식으로 바뀌고 도수도 30도로 낮아졌습니다.

1973년 도수가 25도로 재차 내려가면서 25도가 소주의 '표준 도수'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25도 시대는 하이트진로가 23도짜리 신제품 '참이슬'을 내놓은 1998년까지 사반세기 동안 지속됐습니다.

이 기간 '소주=25도'란 인식이 음주인들 사이에 각인된 것입니다.

참이슬의 등장으로 25도 체제의 균열이 생긴 뒤 소주의 도수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특히 2006년 롯데칠성음료의 20도짜리 '처음처럼'이 결정타였습니다.

하이트진로가 곧이어 참이슬의 도수를 20.1도로 내린 데 이어 그해 8월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까지 내놓았습니다.

참이슬 후레쉬는 업계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졌던 20도를 깬 제품이었습니다.

지방에서도 저도수 소주 제품이 퍼졌습니다.

호남에 기반한 보해양조는 선구자적으로 1992년 15도짜리 '보해라이트'를 출시했고, 경남 지역의 무학은 2006년 11월에 16.9도짜리 '좋은데이'를 선보였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도 도수 하락 경쟁은 이어졌습니다.

양대 소주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와 처음처럼 모두 순차적으로 17도까지 낮아졌습니다.

이후 하이트진로가 2019년 4월 '진로이즈백'이란 타이틀로 16.9도짜리 '진로'를 선보이면서 17도라는 또 하나의 벽이 깨졌습니다.

17도는 '국민건강증진법'과 그 시행령에서 방송광고를 금지하는 기준이 되는 도수입니다.

17도 이상은 방송광고를 하지 못하게 할 정도의 고도주, 즉 높은 도수의 술이라는 의미입니다.

진로가 그 17도의 벽을 넘자 처음처럼과 참이슬 후레쉬도 연이어 '월담'을 했습니다.

현재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는 16도, 처음처럼은 16.5도, 롯데칠성음료가 2022년 9월에 출시한 '새로'는 16도입니다.

최저 도수의 소주는 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양소주의 '선양'으로 14.9도입니다.

포도주(12도)에 근접한 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수 소주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순해졌는지는 소주 1병(360㎖)에 들어 있는 알코올 함량으로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알코올 비중이 0.7947이라고 전제하고 계산하면, 도수가 25도 시절의 과거 진로 1병엔 알코올 71.5g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 16도인 현재 진로 1병의 알코올 함량은 45.8g에 불과합니다.

이는 과거 진로의 약 64%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 현재 진로 3병의 알코올 함량이 과거 진로 2병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예전에 주량이 소주 1병인 사람이라면, 지금은 소주 1병하고 반병을 더 마실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얼마나 마시면 취기가 오를까? 통상 혈중알코올농도(BAC)가 0.03∼0.05%일 때 '취한다'고 말합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BAC 0.03%가 음주운전 기준이고, 0.08% 이상은 운전면허 취소 기준입니다.

이를 고려해 BAC 0.03%를 취기가 올랐을 때, 0.08%를 많이 취했을 때로 볼 수 있습니다.

알코올의 체내 흡수율이 70%라고 가정하고 몸무게가 70㎏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BAC를 산출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현재 진로를 5잔(소주 1병=7.5잔) 마셔야 BAC가 0.03%를 넘어갑니다.

하지만 과거 진로의 경우엔 3잔만 마셔도 음주운전에 해당할 정도의 취기가 오릅니다.

70㎏ 남성이 운전면허가 취소될 정도의 만취 수준인 BAC 0.08%에 도달하려면, 현재 진로는 1병에 4잔이 필요하지만, 과거 진로는 1병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술이 세진 게 아닙니다.

소주가 순해지면서 같은 양을 마셔도 섭취하는 알코올의 양이 줄어들어 덜 취하는 것일 뿐입니다.

술이 세졌다고 착각해 자주 음주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음주는 1군 발암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두 잔의 음주가 심혈관계 질환 등 일부 질환을 예방한다고 하지만 암에 관해서는 소량 음주로도 구강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 등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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