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셜미디어의 '자체검열' 금지 추진…유럽과 정반대

다음 달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소셜미디어의 유해 콘텐츠 자체 검열을 막겠다며 유럽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연방거래위원회(FTC)를 각각 이끌 브렌던 카와 앤드루 퍼거슨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가 특정 콘텐츠를 유해하다고 판단해 삭제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특정 콘텐츠의 삭제 여부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는 의미인데 그간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진보 성향의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보수 진영의 콘텐츠를 검열한다고 비판해왔습니다.

브렌던 카 FCC 위원장 지명자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통신품위법 230조의 면책권을 약화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이 콘텐츠 관리에 나섰다가 소송당할 위험이 커집니다.

카 지명자는 FCC 위원장에 지명된 직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술 검열과 싸우는 게 내 최우선 순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화, 인터넷, 방송 기업을 규제해온 FCC가 애플,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술기업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앤드루 퍼거슨 FTC 위원장 지명자는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거대 플랫폼을 상대로 반독점법을 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가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엑스에서 광고를 철회한 기업들을 징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광고주들이 광고 철회를 공모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독점법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엑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기여하며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엑스에서 "검열과 광고 보이콧 카르텔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로 표현의 자유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의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서로 다른 규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자사 콘텐츠 관리 문제를 두고 중간에 끼인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소비자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콘텐츠를 보게 되는 인터넷 칸막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소셜미디어가 유해 콘텐츠를 느슨하게 관리한다고 지적하며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나치주의의 부상 같은 아픈 역사를 경험한 유럽은 제한 없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와 공중의 이익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여름 영국에서 가짜뉴스가 촉발한 극우 반이민 폭동이 일어나자 영국 정부는 소셜미디어에서 폭력을 부추긴 이들을 구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