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연말이다. 또한, 곧 연초가 돌아온다. 그간 애 많이 썼다며 동료들이 서로를 추켜세우고, 한 해를 함께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해에는 이러저러하게 또 애써보자며 서로를 응원하는 그런 시기이다. 물론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사업 계획들을 세우느라 한껏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다 같이 모여 맛있는 밥 한 끼 나눠 먹으려는 자리들이 만들어진다. 연말 연초의 회식 자리가 그러하다. 문제는 회식 자리가 늘 좋은 일들만 생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회식은 늘상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근무 장소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는 불명예의 시공간이다. 한 해를 잘 갈무리하고 새해를 잘 시작해 볼 요량으로 만들어진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회식을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의 '잠재적 발생 장소'로 여기고 회식을 생략하거나 회식에서도 혹여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경계하고 있으라는 의미인지 불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말과 행동들이 긴장하고 경계해야 비로소 삼가게 되는 것이라면, 응당 회식 자리에서 긴장하고 경계하며 조심히 행동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특히나 연말, 연초 회식 자리에서 우리가 기억해 두면 좋을 몇 가지의 말과 행동들을 이번 글을 통해 상기해 보도록 하자.
"회식 자리는 업무 피드백을 하기에 매우 부적절한 장소이다"
수치심을 주는 피드백이 배려 담긴 피드백보다 업무적으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연구는 전무하다. 오히려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피드백 방법들로 부정적인 내용이라 할지라도 고쳐야 할 지점과 문제점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피드백, 감정을 담지 않고, 해당 업무에 대한 피드백이 그 업무를 수행한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가 되지 않도록 하는 피드백이 언급된다. 그렇다면 술이 들어가고 동료들이 모두 모여서 스몰 토크들을 주고받는 회식 장소는 감정적이게 되기 쉽고, 구체적인 피드백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곳이다. 즉, 업무 피드백을 하기에 매우 부적절한 장소이다.
"어디서든 하급자들이 상급자들에게 인격 모독을 당해서는 안 된다. 회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고위직 관리자인 분이 "내가 술자리에서 너같이 눈치 없이 코 앞만 보며 일하는 애들이 위아래로 제일 욕을 먹는다"고 얘기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가 될 뻔했다며 한탄을 하셨다. "당장 앞에 닥친 일만 하다 보면 더러 아랫사람들의 업무 부하나 윗사람들의 업무 계획을 파악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다"고 얘기해 주셨으면 될 일이었다. 그럼에도 애써서 감정을 덜어내고 모욕감을 상대가 느끼지 않도록 '바꿔 말하기'에 아직 우리 사회는 너무 미숙하다. 특히 그 상대가 하급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
기억해야 한다. 아니면 외우기라도 해야 한다. 하급자라는 이유로 상급자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할 이유는 없다. 서로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없다. 사회 교과서적인 얘기 아닌가.
"오히려 회식은 업무하면서 할 수 없었던 가능성의 얘기들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에서 이뤄지기는 하나,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은 아니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할 수 없었던 대화들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상사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설문조사하면 늘 '괜찮아, 실수할 수 있지', '자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식의 말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상급자로부터 응원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무작정 괜찮다 얘기해 주는 것이 불가하거나 어려울 수 있다. 한 해를 갈무리하거나 새로운 해를 여는 자리에서 하급자의 가능성을 확인해 주는 얘기들, 가능성을 믿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말들을 나눠보면 어떨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