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수출액 격차 추이(2010∼2024년 11월)
올해 1∼11월 한국과 일본의 대(對)세계 수출액 격차가 역대 최저 수준인 202억 달러 수준으로 좁혀졌습니다.
같은 기간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수출액은 9% 증가했습니다.
수출액 순위도 지난해보다 두 계단 뛰어오른 6위를 기록해 5위인 일본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다만 올해와 같은 수출 호실적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역기저 효과와 트럼프 2기 보호무역주의, 미중 갈등 심화 등이 내년 한국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어제(29일) 한국무역협회가 일본 재무성의 수출액 잠정치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한국의 대세계 수출액은 6천223억 8천6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일본(6천425억 9천800만 달러)과 격차는 202억1천200만 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일 수출액 격차가 200억 달러 수준으로 좁혀진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양국간 수출액 격차는 2010년 3천36억 달러에서 2013년 1천552억 달러로 줄어든 이후 2021년(1천116억 달러)까지 8년간 1천억 달러대를 유지했습니다.
이후 2022년 632억 4천만 달러, 지난해 850억 3천500만 달러를 거쳐 올해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세계 10대 수출국 순위에서 한국은 6위, 일본은 5위에 각각 올랐습니다.
한국은 2022년 6위에서 지난해 8위로 떨어졌다가, 올해 6위를 회복했고 일본은 최근 3년간 5위를 유지했습니다.
올해 한국의 경우 전체 수출의 54.9%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중국·아세안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수출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김나율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IT 경기 회복으로 한국 반도체·컴퓨터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화장품·의약품 등 품목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된 점이 일본과의 수출액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주력인 자동차·조선·중간재 등 산업이 중국과 한국 등의 도전으로 고전하고 있고, 주요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메이드인 재팬' 제품의 수출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엔화 약세 흐름에도 수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인 것도 해외 생산 확대와 맞물린 일본 내 제조업 기반 약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통상 엔화 약세는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지만,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늘어나면서 더는 수출에서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무역협회가 분석한 올해 1∼9월 일본의 수출 둔화 품목에는 석유제품(-16.9%), 내연기관(-17.4%), 이차전지소재인 산화금속산염(-22.6%) 등이 포함됐습니다.
수출 금액이 1조 엔 이상인 '불도저 등 건설기계'와 '평판압연제품'도 각각 6.6%, 4.0%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수출 감소 현상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의 가까운 미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우리의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고 있는 데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등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적극적으로 이전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한 무역업계 전문가는 "조심스럽지만 한국도 일본의 수출 둔화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고령화, 해외생산 시설 투자 등으로 국내 생산 기반이 많이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과거처럼 수출 증가세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특히 중국, 베트남, 인도 등이 한국의 생산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으면서 국내에서 생산할 품목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수출이 9% 성장한 데 따른 역기저 효과로 인해 내년에는 수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도 내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을 1∼3% 내외로 예측하며 올해보다 수출 성장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무협도 내년 수출입 전망에 대해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수출에서 글로벌 IT 수요가 지속하면서 올해 이상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실적이 좋았던 자동차 수출의 역기저 효과와 해외 생산량 증가, 석유제품의 유가 하락 등으로 수출 하방 압력은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