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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에서 접한 '계엄' 소식…"한국은 의병의 나라. 정의롭게 해결될 것"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김형석 작곡가

김형석 더골룸
최근 K팝 강연을 위해 영국 옥스포드 대학을 다녀온 작곡가 김형석 씨를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에서 만났습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옥스포드에 머무르는 동안 12.3 계엄 소식이 전해졌고, 옥스포드 총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모두 그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왔다고 하는데요, 김형석 씨는 '한국은 의병의 나라다.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슬기롭게 정의롭게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김형석 씨는 또 마치 축제처럼 진행된 집회를 보면서 뭉클했다고 털어놨습니다. K팝이 세대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면서, 집회에 참여한 젊은이들에게 감동하고, 미안했고,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집회를 통해 K팝, 그리고 음악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는 그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세요.
 

김수현 기자 : 옥스포드 대학에 갔다 오신 지 얼마 안 되신 거죠?

김형석 작곡가 : 네, 한 4일 된 것 같습니다. 7월엔가 한 번 갔고요. 12월에 한 10일 정도 갔다 왔습니다.

이정애 기자 : 그러면 그동안에 굉장히 이 시국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셨군요.

김형석 작곡가 : 제가 한국에 일 때문에 문자하고 하다가 갑자기 계엄령이 발표됐대요. 그래서 내가 '농담하지 말고' 이렇게 보냈거든요. 근데 진짜 계엄령이 발표된 거예요. 제가 50대 후반인데 광주항쟁부터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 거예요. 이거 어떡하지.

마침 옥스포드 교수님들 총장님들하고 얘기하다가 난리가 나고 다 물어보는 거예요. 어떻게 된 거냐. 근데 거기서 뭔가 대답을 되게 잘해야 되겠다. 제가 드린 대답은 대한민국은 의병의 나라다. 임진왜란, 4.19, 5.18, IMF 금 모으기, 촛불집회, 이런 것들이 다 국민들이 위대해서 국민들의 힘으로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은 나라다. 촛불집회만 해도 단 한 명의 사상자가 없었고 또 거리는 깨끗했다. 그런 저력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슬기롭게 또 정의롭게 해결될 거라고 난 믿는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근데 속으로 막 쫄았죠.

김수현 기자 : 근데 집회하는 모습을 또,

김형석 작곡가 : 연일 BBC에서 계속 방영을 했었어요.

김수현 기자 : 거기서 또 K팝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잖아요.

김형석 작곡가 : 감격스러운 거죠. 물론 세대 교체가 됐죠. 옛날에는 김민기 형이나 소위 운동가요, 민중가요였는데 지금은 젊은 친구들이 K팝을 마치 축제처럼 야광봉을 흔들면서. 저는 되게 뭉클했고요. 이 K팝이 갖고 있는 힘이라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협소한 게 아니라 실제 이 커뮤니티와 이 사람들이 이것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이용하는지 혹은 또 그것을 소재 삼아서 아름답게 풀어내는지, 그걸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이입을 하고 더 밝은 쪽으로 방향성을 제시하는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저는 너무 감동했죠. 너무 젊은 친구들이 대견했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이정애 기자 : 우리가 전에는 생각할 때 K팝 팬덤이 경쟁적이고, 그러니까 자신의 커뮤니티만 관심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었는데 이번에 보면서 저렇게 연대해서도 할 수 있는 그룹이구나라는 거에서도 굉장히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김형석 더골룸
김형석 작곡가 : 그렇죠.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 혹은 K팝 스타들이 분명히 그 안에서는 좀 경쟁도 있겠죠. 근데 공통적인 의제를 갖는 순간 모인다는 것은 마치 환경 보호, 공정성 이런 것처럼 어떤 틀이 없고 공통적인 의제에 대한 교집합이 K팝이 어떤 촉매제가 되고 친구들이 한마음으로 모이고. 요즘은 어른들도 '다시 만난 세계'를 연습한대요. 어찌 보면 세대 간의 갈등을 완화해 주는 촉매제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K팝, 넓게 보면 음악이라는 것은 정말 위대하구나 이런 걸 느꼈습니다.

이정애 기자 : 맞아요. 세대 통합이 좀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젊은 친구들은 민중가요 우리도 배워서 부르고 싶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하고. 어쨌든 옥스포드에 가 계시는 동안에 그 소식을 처음에 듣고...

김형석 작곡가 : 저는 또 제 할 일을 해야 되니까 발만 동동 구르는 거죠. 그래서 정처 없이 걸었어요. 옥스포드 거리를 걷다가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하고 그랬었습니다. 근데 다행히 아무도 피 흘리는 사람이 없었고 다치는 사람 없었고, 성숙하고 위대한 시민의 힘이었던 것 같아요. 울컥하네요.

김수현 기자 : 거기서 또 K팝 노래들이 울려 퍼지고.

김형석 작곡가 : 전 세계 어디 가도 찾아볼 수 없는 거죠.

김수현 기자 : 옥스포드 대학 홈페이지에 강연하신다고 안내가 나와 있는데 소개를 보니까 K팝의 구루라고 소개가 돼 있는.

김형석 작곡가 : 그들이 단 제목이에요. 갓 오브 K팝. 왜냐하면 사람들을 모아야 되니까, 연설하니까. 근데 사실은 K팝은 각자도생이지 뭐 큰아버지가 있고 이렇겠습니까? 다 각자도생 하고 풀뿌리처럼 커온 건데 어쩌다 보니까 나이가 좀 들었다는 이유로, 또 사람들을 모아야 되니까 썼는데 전혀 아닙니다.

김수현 기자 : 아니죠. 오랫동안 또 K팝의 중심에서 이렇게 잘 계속 이렇게 지켜오고 계셨으니까.

김형석 작곡가 : 중심에서 지키고 싶습니다. 요즘 또 젊은 친구들 너무 잘해요. 음악도 너무 잘 만들고 이게 시스템화됐고 이렇기 때문에 테크닉적으로, 시스템적으로는 정말 잘 되어 있지만 앞으로 어떤 철학을 주고 사람들에게 어떤 선한 영향력을 주고 어떤 행복을 주고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점점 더 집중되잖아요. 그리고 또 커뮤니티를 통해서 서로 어떤 동질 의식을 느끼고 그 연결을 통해서 어떤 외로움을 해결해 주고 도닥여주고, 이런 것들이 앞으로 더 가치가 있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잘 커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저는 그냥 이렇게 보고 숟가락 좀 얹고 한마디 해 주고 이런 거죠.

김수현 기자 : 강연은 가서 어떤 얘기를 하셨어요?

김형석 작곡가 : 일단 K팝이 왜 난리냐. 글로벌하게 된 배경이 뭐냐. 저는 90년대 K팝이 태동할 때,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부터, 그때 당시에 CD를 팔다가 MP3 음원으로 바뀔 때거든요. 그때 그 불법 음원들이 성행했죠. 그래서 그때 당시 음반을 유통하던 도매상들이 거의 다 부도가 났어요. 음악 갖고만 돈을 벌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돌의 형태를 띠어서 광고에도 쓰이고 드라마도 쓰이고 행사에도 가고 그러다가, 노래만 해서 음원 수익이 안 되니까 춤도 추고 팬클럽도 강화하고. 그 말은 뭐냐 하면 위기에서 기회로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의 저력처럼. 그래서 위기가 곧 기회를 만든 게 K팝의 시작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보통 유니버설이나 워너나 다 100년 이상씩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자리 잡아오면서 가는 과정인데 우리는 그래봐야 20년쯤 지난 거거든요. 쉽게 얘기해서 SM이 코스닥에 상장했을 때 시총이 100억, 200억 사이였는데 지금 하이브만 해도 10조가 넘잖아요. 거의 1천 배 정도 성장한 거거든요. 급성장을 한 거죠. 그 과정에서 플랫폼을 통해서 성장을 한 거죠. 유튜브를 통해서, SNS도 마찬가지고. 디지털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잖아요. 보통 우리가 미국 데뷔한다면 몇 개월 동안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 타고 돌아야 되는데 그런 게 이제 없어도 된다는 거죠. 플랫폼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이게 더 확산되고.

보통 아티스트가 있고 기획이 있고 그다음에 팬이 생기는데, K팝은 섞여 있거든요.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사이클이 빠르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티스트가 처음 데뷔 전에 뽑힐 때, 연습생일 때부터 유튜브를 통해서 팬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저 그룹은 내가 키웠어 그러면 훨씬 더 끈끈해지잖아요. 그러면서 수직적인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가 아니고 수평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다. K팝은 여러 가지 음악적인 장르로 분석을 할 수 있고, 퍼포먼스나 무대로서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제가 보는 것은 그런 커뮤니티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커뮤니티의 시장이고 그게 나는 K팝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들도 나눴고. 비욘드, 다음은 뭐 할 거냐. 이제는 아티스트에서 하나의 장르로만 가기에는 생명력이 짧아질 수 있고 실제 본인의 드라마 스토리 혹은 노래나 실력을 통해서 아티스트 시장으로 확대돼야 되는 시점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잡다하게 클래식하고 팝 하고 엮였을 때 어떤 도움을 받았느냐 이런 구체적인 질문도 있었고요.

이정애 기자 : K팝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된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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