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재래식 무기 기준으로 올해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5위, 북한은 36위입니다. 남한이 압도적 우위입니다. 그러나 핵무기까지 포함하면 남한 대 북한의 종합 군사력은 1 대 100 또는 1대 1000입니다. 남한이 북한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는 비교 불가이기 때문입니다. 남한이 자랑하는 현무 미사일이 막강하다고 하지만, 1천 기는 있어야 북한의 전술 핵탄두 1기 정도의 위력이 됩니다. 핵무기는 도시 자체를 증발시키는 절대무기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한-북한의 군사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남한의 지방 한 곳을 전술핵으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남한을 지켜주기 위한 핵 보복을 결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서 미국 뉴욕이나 LA,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을 희생하면서까지 남한을 구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한 스스로 핵무장을 해서 북한과 핵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우리 국민의 70% 안팎이 자체 핵무장에 동의하고 있다"면서 "남한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입장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을 우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는 전략핵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은 저위력 핵무기로 단거리 미사일, 화포, 비행기 등이 주요 핵탄두 투발(보내는) 수단입니다.
핵 배낭, 핵 지뢰, 핵 어뢰 등도 전술핵무기에 해당합니다.
남한에 배치됐던 미군의 전술핵무기는 1991년에 모두 철수됐습니다.
북한은 2022년부터 남한과의 접경지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정 센터장 인터뷰 요약입니다.
-- 고향은 어디인가?
▲ 전라남도 완도에서 1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그곳에서 3∼4살 때까지 살다가 영암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영암에서 서울로 이사 왔습니다.
-- 프랑스로 유학을 간 이유는?
▲ 당시 한국에서는 군부독재 상황이어서 볼 수 있는 책이 제한돼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토론도 불가능했습니다. 내가 해외 유학을 결정한 이유입니다. 나는 1986년 가을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 본인은 언제부터 남한의 핵무장에 관심을 가졌나?
▲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부터입니다. 수소폭탄 실험이었습니다. 수소폭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핵 무력이 남한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자체 핵무장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나는 판단했습니다. 핵 균형을 이뤄야 한반도에 평화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 남한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으면 핵 균형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때 미국이 즉각 핵무기로 보복한다면 핵 균형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하겠다" 정도로만 밝혔습니다. 핵무기로 보복하겠다고 명확하게 약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 미국이 왜 핵 보복을 못 하나?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서 뉴욕이나 워싱턴, LA를 향해 쏘겠다고 협박하면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기 어렵습니다. 1960년대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자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소련의 핵 공격으로부터 프랑스를 지켜줄 것인데 꼭 핵을 가져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드골은 "파리의 시민을 구하기 위해 뉴욕의 시민을 희생시킬 수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케네디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습니다.
-- 한미 정부는 2023년 핵협의그룹(NCG)을 발족해서 북한의 핵 공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 한미 당국은 구체적인 핵 보복 계획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한국의 특정 지방에 전술핵을 떨어트리면 어떻게 대응할지, 시나리오별 세부 작전계획이 수립돼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압도적으로 대응한다' 정도의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 왜 세부적인 작전계획이 없나?
▲ 핵 보복은 미군의 전략사령관이나 합참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만이 승인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자국민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구체적인 핵 보복 플랜을 한미 연합 작전계획에 넣을 수 없는 것입니다.
-- 미국은 방공망(MD.Missile Defence) 시스템을 통해 공중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았나?
▲ 미국의 방공망 시스템 테스트는 날아오는 미사일의 방향까지 사전에 알고 요격하는 것입니다. 실전에서는 예고 없이 다량의 미사일이 쏟아지는데, 이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2017년 북한-미국의 긴장이 한창 고조됐을 때 미국 국방장관이 집에도 가지 못하고 장관실에서 "제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밥 우드워드의 저서 '분노(RAGE)'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미국 국방 장관이 미사일 요격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 ICBM이 대기권에 들어오면서 여러 개 핵탄두로 분리되는 '다탄두 방식'이면 더욱 요격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 기존의 미국 MD 시스템으로는 다탄두 방식의 ICBM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다탄두 방식 ICBM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우려합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하면서 러시아에 이런 기술의 전수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개발했다는데, 사실인가?
▲ 거의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속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한의 이 미사일은 남한의 어떤 지역에도 10분 안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가진 나라는 중국, 러시아에 이어 북한이 세 번째입니다.
-- 북한이 남한을 향해 일반 미사일과 핵탄두 미사일을 섞어 쏠 수 있다고 하는데?
▲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초대형 방사포를 통해 일반 방사포탄과 전술핵탄두가 탑재된 방사포탄을 섞어 쏘면 구별하기 어렵고 모두 요격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특히 저고도로 날아오는 방사포탄이나 미사일은 막아내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 재래식 무기에서는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주의해야 할 것은 재래식 무기만으로 군사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핵무기 능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핵무기 강국으로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이 있고 그다음으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있습니다. 재래식과 핵무기를 합한 군사력으로는 북한이 세계에서 8∼9위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 북한의 종합군사력은 남한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 남한의 100배, 1000배 이상이라고 봅니다. 남한의 재래식 무기는 북한의 핵무기 앞에서는 무기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한이 자랑하는 현무 미사일은 1천 기 정도는 있어야 북한의 전술핵무기 1기 정도의 위력을 갖습니다. 한마디로 비교 불가입니다.
--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
▲ 현재 북한이 90∼100기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러시아가 5천800여 기, 미국 5천200여 기, 중국 400여 기, 프랑스 290여 기, 영국 220여 기, 파키스탄 170여 기, 인도 160여 기, 이스라엘 90여 기입니다. 북한은 2030년까지 200∼300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영국, 프랑스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싱크탱크들은 북한이 핵탄두 300∼500기를 목표로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합니다. 미국 본토와 일본, 한국에 동시 발사하려면 그 정도의 핵탄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쏘는 상황이 있을까?
▲ 상당수 사람은 "북한이 미치지 않았다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할 리 없다"고 말합니다. 핵무기를 사용하면 북한 정권 붕괴를 초래하므로 그럴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군과 북한군 간의 국지전이 핵 도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북한이 핵 공격을 한다면 서울이 아닌 지방 소도시가 1차 타깃이 되나?
▲ 서울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대사관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대사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을 공격 대상으로 검토할 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협박 카드로 사용하려면 서울보다는 지방 소도시가 낫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가 아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터트리고는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서해안은 중국에 가까우니 남한의 동해 쪽 지방 소도시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국민 여론조사를 하면 70% 안팎의 사람들이 남한의 핵무장에 대해 동의한다고 하는데?
▲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남한의 자체 핵무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전문가 그룹에서도 30% 이상이 자체 핵무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우파뿐 아니라 좌파 진영에서도 남한의 핵무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핵 공격 의지를 드러낸 것도 남한의 자체 핵무장 여론을 높인 듯한데?
▲ 북한은 2022년부터 전술핵을 휴전선 근처 남쪽 전방에 배치하고는 남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남한을 대상으로 핵 위협을 시작한 것입니다. 남한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이 한반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듯한데?
▲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은 혼선이 많았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이 180도 바뀐다면 주변국들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전문가들의 책임도 큽니다. 전문가들부터 진보-보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대화하고 협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 보면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