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커피 원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일상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직장인들이 사이에서 "이젠 커피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커피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는 이야기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인식도 적지 않게 퍼져 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커피 가격이 유달리 높은 것일까?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라테 가격을 통해 알아본 결과,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커피값은 중간 수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가격정보 제공업체 글로벌프로덕트프라이시스닷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라테 톨 사이즈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3.80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당시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5천 원가량에 해당합니다.
한국의 라테 가격은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21위로, 순위상 중하위권 수준이었습니다.
글로벌프로덕트프라이시스닷컴은 국가별로 적어도 3곳 이상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판매업체의 자료를 취합해 가격을 산출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라테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는 스위스로, 한 잔 가격이 8.48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2배 이상으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8달러를 넘었습니다.
다음으로 비싼 나라는 미국(5.95달러), 칠레(5.92달러), 벨기에(5.92달러), 홍콩(5.66달러), 프랑스(5.60달러), 핀란드(5.55달러), 오스트리아(5.44달러), 영국(5.38달러), 아일랜드(5.29달러) 등의 순이었습니다.
반대로 라테 가격이 가장 저렴한 나라는 튀르키예(1.89달러)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라테 가격이 제일 비싼 스위스에서 라테 한 잔을 사는 비용으로 튀르키예에선 4.5잔을 살 수 있는 셈이었습니다.
커피 가격이 그 나라 생활 수준에 비춰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알아보기 위해 각국의 1인당 일평균 소득에서 커피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봤습니다.
1인당 일평균 소득은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per capita PPP)을 365로 나눠 산출했습니다.
그 결과, 모로코(12.9%), 인도(12.7%), 필리핀(11.0%)이 커피값 부담이 컸습니다.
이들 국가는 라테를 8∼9잔 사 마시면 하루 소득을 모두 소진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7.8%), 칠레(7.3%), 남아프리카공화국(6.9%), 중국(6.8%), 멕시코(6.4%) 등도 일평균 소득 대비 커피 가격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한국의 커피값 부담은 2.7%로, 조사 대상 국가 중 30위에 해당해 낮은 편에 속했습니다.
커피 가격이 가장 비쌌던 스위스의 경우 소득 대비 비중은 3.7%로 중위권에 속했습니다.
소득 대비 커피 가격의 비중인 가장 낮은 국가는 아일랜드(1.7%)로, 하루 소득으로 라테 59잔을 살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뉴질랜드(1.8%), 터키(2.0%), 이탈리아(2.2%), 호주(2.2%) 등도 소득 대비 커피 가격의 비중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이처럼 주요 국가 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커피 가격이 비싸지는 않았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향후 커피값이 오를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욕의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선물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커피의 선물 가격이 올해 들어서 7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커피나 저가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은 영국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기준으로 올해 70% 넘게 뛰었습니다.
이 같은 급등세는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브라질과 또 다른 주요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발생한 가뭄이나 건조한 날씨, 태풍 등 비우호적인 기후 환경으로 인해 공급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글로벌프로덕트프라이시스닷컴의 이번 가격 자료가 지난해 12월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실제 커피 가격은 그보다 더 올랐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타벅스 코리아가 올해 8월 원두 상품군에 속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