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해고 관련 상담이 부쩍 늘었다. 형식은 해고가 아닐지라도 실제 상황을 들어보면 회사 사정으로 회사를 더 다닐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회사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고했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라도 안내한다. 그러나 회사가 내민 권고사직서에 이미 서명을 했다면, 처음부터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라면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 막막해지곤 한다.
직장인 설문 결과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지, 또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직 및 실직 전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직장인 18.2%는 2024년 1월 이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은 27.8%로 정규직(11.8%)의 두 배 이상이었다.
비자발적 실직 유형은 계약기간 만료부터 권고사직, 희망퇴직, 해고까지 다양한데 비자발적 실직임에도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었다는 응답도 10.4%에 달한다. 정부지원금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지 않고 스스로 사직서를 쓰고 나갈 때까지 노동자를 괴롭히는 사용자들이 이 숫자 뒤에 숨어 있다. 이런 경우 노동자는 사실상 해고를 당했음에도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 이번 설문 결과에서 ‘비자발적 퇴사를 했으나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40.8%에 달한다. 이 응답자 중 애초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되지 않았다거나, 가입은 했지만, 수급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를 빼고, ‘비자발적 퇴사를 했음에도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경우’는 18.8% 수준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에 있다. 직장인들에게 2025년 실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10명 중 4명(39.1%)이 ‘있다’고 답했다. 내년 실직 예상 응답은 비정규직(52%), 비사무직(47.2%), 5인 미만(43%), 150만 원 미만(49.2%), 50대 이상(42.2%)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실직 이후의 상황이다. 직장인들에게 ‘실직할 경우 재정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묻자, 절반(50.7%)이 ‘6개월 미만’이라 답했다. 버틸 수 있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은 비정규직(59.1%), 5인 미만(59.4%), 비사무직(57.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의 경우 1~2개월만 버틸 수 있다는 응답이 28.5%에 달했다. 곧바로 재취업이 되지 않으면 이들은 대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