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약차주들을 위한 정책금융상품 연체율이 전년 대비 최고 2배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덜고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정책상품에서마저 부실이 심화하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서민 경제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연체율 급등세까지 심상치 않자 정책서민금융 체계 전반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저신용자 중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율은 지난달 말 기준 16.2%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말 8.4%에서 약 1년 만에 2배 급등했습니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입니다.
올해 자금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상환 능력이 있던 서민들마저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 어려운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정책상품들의 연체율은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지난달 말 연체율은 25.5%를 기록했습니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 불과했지만 2021년 14.0%, 2022년 15.5% 등으로 꾸준히 상승 추세입니다.
작년 21.3%로 20%대에 처음 진입한 뒤 올해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습니다.
햇살론15 대출 심사에서 거절된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지난달 기준 26.6%로, 작년 말(14.5%) 대비 12.1%포인트(p) 올랐습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 원(금리 연 15.9%)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도 지난달 31.0%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대에 올라섰습니다.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면서 내년 서민금융 공급 규모가 올해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예산 등이 투입되는 정책상품들의 공급 목표는 올해보다 축소됐습니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공급 목표는 사업손실률 상향(20%→33%) 영향으로 올해 2천800억 원에서 내년 1천70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햇살론15 공급 목표는 정부예산과 함께 국민행복기금 재원을 활용해 올해 1조 500억 원으로 설정됐으나, 국민행복기금 재원의 일시적 소진에 따라 내년에는 40% 줄어든 6천500억 원이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햇살론과 소액생계비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들의 재정비를 준비 중입니다.
연체율이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고 정책상품 대상자 기준도 일부 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등에서 취급하는 중금리대출 등 민간 서민금융 지원 체계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율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와야 하고, 정책상품 대상자 중 정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상품 신설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취약차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에 "내년 업무계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서민금융 쪽을 어떻게든 보완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내년에도 저소득·저신용자의 자금 애로가 예상되는 만큼 민간 재원최소 올해 수준의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햇살론뿐 아니라 은행권 새희망홀씨,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사업자햇살론 등을 다 합치면 올해와 유사한 10조원 수준의 공급 규모가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아울러 금융위는 은행권의 공통출연요율을 기존 0.035%에서 0.06%로 올리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 중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986억 원의 추가 재원확보가 예상됩니다.
이강일 의원은 "햇살론 개편을 포함해 서민 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소외계층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정부와 국회가 힘을 다 모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