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마켓 범행에 사용된 차량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 희생자가 5명으로 늘었습니다.
당국은 독일에 20년 가까이 거주한 반 이슬람 극우주의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용의자가 독일 정부의 포용적 난민 정책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작센안할트주 당국은 현지시간 21일 이번 사건으로 현재까지 5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 다쳤으며 부상자 가운데 41명은 중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망자 중에는 9살 어린이도 포함돼 있습니다.
경찰은 전날 오후 7시쯤 BMW SUV를 몰고 인파 속으로 돌진한 용의자를 현장 인근 트램 정류장에서 체포하고 마그데부르크 남쪽 소도시 베른부르크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마그데부르크 검찰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난민에 대한 처우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낸시 페저 내무장관은 "범인이 이슬람 혐오주의자라는 사실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체포 직후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용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다가 2006년 독일로 이주한 뒤 2016년 영주권을 얻고 심리치료 의사로 일해왔습니다.
그는 사우디 당국으로부터 박해받는 여성들의 망명을 돕는 활동을 하면서 반이슬람 성향을 보였습니다.
용의자는 2019년 6월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인터뷰에서 "이슬람에 반대하는 글을 인터넷에 썼다가 살해 협박을 받고 망명을 결심했다"며 "나는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이슬람 비판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국 정부의 여성 탄압과 감시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도망한 여성을 데려오는 게 모든 남성의 의무"라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런 일을 하는 나라"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SNS 엑스에는 소총 사진과 함께 "독일이 국내외에서 사우디 출신 망명자들을 사냥하며 삶을 파괴한다", "독일이 유럽을 이슬람화한다"고 적었습니다.
자신이 독일 정부로부터 박해받는다며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또 독일 경찰이 반이슬람 운동을 방해하고 이슬람주의를 조장하고 있으며, 경찰을 보호하려면 극우정당 독일대안당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용의자는 2013년 협박죄로 독일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범행 전날에도 다른 혐의로 재판이 잡혀 있었으나 불출석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용의자가 엑스에 올린 극단주의적 주장과 관련해 독일 정보당국에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사우디 외무부는 전날 사건 발생 직후 공격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습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날 오전 사건 현장을 찾아 "나라 전체가 함께 애도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습니다.
각 지역 당국은 크리스마스 마켓에 경찰을 투입해 경비를 강화했고 일부 마켓은 일찍 문을 닫았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