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의 비극... "아무도 항명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45년이 흘렀습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그리고 그 외 여러 장군들 중 단 한 명도 12·3 비상계엄 명령에 항명하지 않았습니다. 장성이 아니라 영관급, 위관급 장교 중 누구라도 항명했더라면 계엄의 쑥대밭에서도 군은 희망을 봤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국군이 암담합니다.
이상현 1공수여단장, 김현태 707단장은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부당한 명령을 따라 부하들에게 못할 짓을 시킨 지휘관으로서 흘린 눈물입니다. 그들의 눈물, 일견 이해가 됩니다. 김현태 707단장의 눈물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만약 성공했다면 어땠을까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계획대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파탄내고 여야 주요 정치인들을 감쪽같이 체포했다면 12·3 비상계엄은 지금쯤 12·3 "혁명"이 됐을 겁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이상현 공수여단장, 김현태 단장 등은 혁명의 주역, 그들만의 영웅이 됐을 겁니다.
계엄에 성공해 혁명이 됐어도 그들은 울었을까요? 계엄법으로 이 나라를 통치하며 의로운 국민들을 처단하고 있었을 겁니다. 울음은 국민들 몫이 됐을 겁니다. 계엄이 실패했으니 군인들이 우는 겁니다. 계엄이 실패한 뒤 흘리는 군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과 같습니다. 항명하지 못한, 비겁한 눈물입니다.
장교들은 참 정치적입니다. 과거엔 아주 정치적이었고, 지금도 상당히 정치적입니다. 정치적이어야 진급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별 달려면 '김용현 바라기'를 했어야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별 따려면 '청와대 바라기'를 했어야 했습니다. 실력과 자질보다 정치적으로 줄을 굳게 대야 진급을 기대합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조차, 문재인 정부에서는 당시 여당에 붙어 합참의장과 국방장관 자리를 노렸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 잘 보여 진급한 육군의 장군들은 12·3 비상계엄 실패 이후 마음이 불편할 겁니다. 육사 출신들은 특히 좌불안석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잠시 홀대받았다고 윤석열 정부에서 김용현 '국방상왕' 뒷배를 믿고 활개치다 계엄의 직격탄을 맞아 육사의 몰락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