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방부 신문 국방일보가 비상계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아무 비판 없이 그대로 실어 계엄을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 국민방송에서도 계엄을 비판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뉴스에서 빼라는 내부 지시가 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직원은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공성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에서 뉴스 자막을 담당하고 있는 지교철 씨는 지난 3일 밤 11시부터 비상계엄 특보에 참여했습니다.
계엄 선포 이후 '계엄이 불법이다, 위헌이다'라는 정치인들의 발언과 국회의 움직임 등에 대한 내용을 화면 하단의 자막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담당 PD의 전화가 왔습니다.
[뉴스PD : 원장님 또 전화 왔는데요. 행정부 얘기만 하고요. 오세훈 시장이라든지 한동훈이라든지 다 빼래요. (다 빼고 그러면 대통령 얘기만 넣으라는 얘기예요?) 대통령 얘기하고, 포고령 내린 거 하고 이런 사실적인 것만 얘기하라는 거예요.]
신문사 편집기자 출신이었던 지 씨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지교철/KTV 뉴스 자막 담당자 : 정부기관인데, 국민의 눈과 귀가 돼줘야 할 방송에서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걸 단호히 거절했어요.]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된 후에도 정치인 발언 자막을 넣지 말라는 요구는 이어졌습니다.
[뉴스PD : 한동훈하고 이재명 내용은 빼야 되는데, 정치적 발언이니까 지금 이거 빼셔야 돼요!]
결국, 일부 자막은 송출 단계에서 삭제돼 방송됐습니다.
그리고 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오후 KTV는 지 씨가 하던 업무의 담당자를 새로 뽑겠다며 사실상 해고 통보를 했습니다.
[뉴스PD : 저희들이 1월 2일 날짜로 개편을 하거든요? 지금 공고를 낼 테니까. 계속 (일을) 하시고 싶으시면 공고를 (지원서를) 내세요!]
또 KTV는 계엄 당시 3시간 동안 진행한 특보에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이나 계엄 해제가 의결되는 모습 등 국회와 관련된 장면은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담화만 10차례 반복 송출해 '계엄 미화' 방송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KTV 측은 "정당, 정치 뉴스를 다루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계엄 당일 국회 상황을 전달하지 않은 것은 "인력 문제로 추가 뉴스 전달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남 일, 디자인 : 임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