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군을 떠난 민간인 신분임에도 이번 계엄 사태에 핵심 역할을 한 걸로 지목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군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 짐작케하는 진술이 나놨습니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노상원 전 사령관의 지시가 곧 자신의 지시"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진술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정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0일 국회에 나온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노상원 전 사령관을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문상호/정보사령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 (노상원 알아요 몰라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 18일 공조수사본부에 소환된 문 사령관은 180도 입장을 바꿔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노상원의 지시가 내 지시'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조수사본부 고위관계자는 "김 전장관 명령에 따라 문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이 시키는 대로 각종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체포와 경비, 수사 등 계엄 임무에 적합한 요원들을 선발하라고 지시했고 문 사령관은 정보사 예하 부대에서, 북파공작원 HID와 인적 정보 휴민트 요원 가운데 정예 인원을 추렸습니다.
사실상 노 전 사령관을 실질적 지휘관으로, 문 사령관을 그 아래 관리자로 둔 겁니다.
앞서 지난 7월 문 사령관은 정보사 내 부하와의 다툼, 블랙요원 정보 유출 사태로 직무 배제 뒤 경질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신원식/당시 국방부 장관 (지난 8월, 국회 국방위) :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혁신, 후속 조치는 좀 강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두 달 뒤 김용현 전 장관이 장관에 부임하면서 별도 인사조치 없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노상원 (보직해임) 안 된 이유가 이놈 저놈 잘라버리면 남아 있는 조직을 어떤 놈이 수습할 것인가 그런 측면에서 고려를 한 것 같더라고요 국방부에서.]
인사권을 쥔 김 전 장관이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으라는 부당한 명령을 해도 거부할 수 없었던 겁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 김용현 (전) 장관하고 나하고 워낙에 돈독한 관계라는 건 군에서 장성이면 어지간하면 다 알아요.]
노 전 사령관도 평소 김 전 장관이 자기 말을 듣는다고 과시하고 다녔습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 (김용현 전 장관이) 평상시 내 말을 많이 듣고 나한테 조언을 구하고 했던 것이니까.]
군 내부 소식통들은 "문상호 사령관 유임 인사도 계엄을 위한 김 전 장관의 조치"일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퇴역한 민간인 신분의 노 전 사령관이 계엄 비선실세로 주목받고 있어 민간인 가담자가 더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 영상편집 : 이재성, 디자인 : 강경림·최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