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애인의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국가는. 장애인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장애인 접근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고 대법원이 처음으로 선언한 겁니다.
임찬종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8년 지체장애인 김명학 씨 등 2명은 국가와 편의점 업체 등을 상대로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998~2022년까지 시행됐던 법령에 따르면 바닥면적 300㎡ 미만인 소규모 소매점은 경사로 등 지체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면제됐는데, 소규모 소매점 중 95% 이상이 이에 해당해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아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업체들에 시설 설치 명령 등을 내렸지만, 법령을 특정 내용으로 개정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국가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심도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국가가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각각 1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직접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관련 규정이 24년 넘게 개정되지 않아 장애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받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내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선 입법 의무를 불이행한 정부의 "부작위"는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희대/대법원장 : 장애인의 접근권은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에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 권리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의 지위를 가집니다.]
대법원이 장애인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김영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 대법원장님이 판결문을 죽 읽으시는데 한 자 한 자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또 한번 전진하는구나…]
이번 판결은 해야 할 입법을 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다른 사회적 약자 관련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최혜란, 화면제공 : 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