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고문' 권순일 전 대법관 "자문만 하고 변호사 활동 안 해"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을 하지 않고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권순일(65) 전 대법관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기소를 기각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오늘(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은 회사 고문으로서 경영 전반에 관해 자문한 사실은 있지만 (변호사) 직무를 수행한 사실은 없다"며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르고 법리를 잘못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권 전 대법관은 "공소장에 의하더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변호사법 위반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수사 과정에서 허위 공문서 작성을 시도하는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공소권 남용의 전형적 사례"라고 주장하며 공소 기각 주장도 펼쳤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재직 기간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 관련 민사·행정소송 재판 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 법리 제공 등을 하고 고문료 명목으로 1억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이른바 '50억 클럽' 관련 재판 거래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내는 대가로 김만배 씨가 거액을 약속했다는 의혹입니다.

앞서 변협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제명' 의견으로 징계 개시를 청구했으나, 형사사건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여부를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