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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증빙 만들어드려요" 기막힌 자금 세탁…대출 상담사 만나보니 [스프]

[귀에 쏙 취파] 귀에 쏙! 귀로 듣는 취재파일

병원 불법 대출 귀에 쏙 취파 

'병원 개원 불법 대출 알선' 대출 상담사들 만나보니

지난 취재파일에서 대출 브로커들이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와 약사 등 의료 전문직에게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있다는 내용 전해드렸습니다. 이자를 높이 쳐서 돈을 빌려주는 일반적인 대부업 수준이 아니라,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에서 운영하는 <예비창업보증 제도>를 악용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예비창업보증 제도는 정부가 대출 보증을 서주는 제도입니다. 브로커들은 신용보증기금이 내세운 대출 규정을 무시하고, 의사들의 허위 잔고 증빙을 도와서 불법으로, 많게는 1인당 10억 원이 넘는 보증서를 받아냈습니다. 그렇게 무리한 대출을 끌어 썼다가 혹시 병원이 망하면 결국 나중에 세금 낭비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취재진은, 대출 브로커 A 씨가 작성했다는 이면 계약서를 입수했습니다. 개원 예정인 의사에게 1억 5천만 원을 빌려준단 내용입니다. 단, '대출 기간은 보증서 발행일까지', '이자는 대여금의 2%로 한다'고 쓰여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가 발행될 때까지, 신용보증기금에 낼 잔고 증빙에 필요한 자금 1억 5천만 원을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내용입니다.

취재진은 실제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과 함께 직접 대출 상담을 신청해 봤습니다. 먼저, 위 계약서를 작성한 브로커 A 씨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 모습을 드러낸 A 씨는 본인을 20년 동안 활동해 온 대출 상담사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명함 2개를 건넸습니다. 하나는 '모 은행 연계 위탁 법인 소속 대출 상담사', 또 하나는 '아무개 파트너스 이사'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명함이 두 개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속한 은행 위탁 법인이 모르게 '보증서 대출'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법 행위이다 보니, 회사 몰래 개인 사업자등록을 낸 겁니다.

A 씨는 취재진에게 자금 상황을 물었습니다. 8억 원가량 필요하다고 했더니, A 씨는 4억 원은 일반 은행 대출로, 나머지 4억 원은 보증서 대출을 받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용보증기금에서 4억 원을 보증받으려면 내 돈 4억 원이 있다는 걸 증빙해야 하는데, 3천만 원은 있다고 했더니 나머지 부족한 자금은 '펀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쩐주'로부터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 오자는 겁니다. 대신, 쩐주에게는 수수료 2%를 내야 하고, 자신에게는 컨설팅 비용으로 1%를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쩐주로부터 잠깐 돈을 빌리는 대가로 740만 원, A 씨로부터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비용으로 400만 원을 내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자금 세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남으로부터 빌렸기 때문에 갚아야 하는 돈은 신용보증기금이 자기 자본으로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쩐주가 부모님이나 배우자 등 다른 계좌를 거쳐서 송금해 안 갚아도 되는 돈처럼 보이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자신 말고도 알선을 하는 브로커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수수료가 비슷하냐는 질문에 "간혹 짜게 받는 업체들이 있는데 거기는 문제점이 있다. 원장님이 원하는 인테리어나 의료장비를 못 한다"고 했습니다. 브로커 수수료를 조금 덜 받는 것처럼 해놓고 자기네와 연계된 인테리어나 의료기기 업체를 쓰게 해서 결국 다 받아낸다는 겁니다.

또 다른 대출 브로커 업체는 자기네가 보유한 의료장비 업체 등 사업자를 활용해 허위로 '업 계약서'를 작성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용이 부풀려진 계약서를 토대로 신용보증기금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더 많은 개원 자금 대출 보증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점을 일종의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허위 잔고 증빙을 통해 대출을 받아 운영을 하다가, 혹시나 병원 운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브로커 B 씨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신용보증기금 100% 보증서를 받아서 하는 거다 보니 병원에 문제가 생겨서 폐업을 한다 하더라도 은행에서는 책임을 안 진다, 100% 다 신용보증기금이 책임을 진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브로커들은 공통적으로 신용보증기금 직원과의 친분을 경쟁력으로 내세웠습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한의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보증대출을 받아내다 문제가 된 이후 자기 자본 증빙 과정이 보다 까다로워졌지만 신용보증기금 직원과의 친분을 토대로, 소위 '잘 뚫리는' 지점을 찾아낼 거라는 식입니다.

한 브로커는, 잔고증명을 낼 때 "부모님한테 받은 돈이면 증여세 내고 증여세 낸 영수증 가져와라" 하는 신용보증기금 지점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지점을 자기가 찾아낼 거라고 장담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브로커들이 신용보증기금 직원을 접대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도 확보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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