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에서 특히 값싼 상품들일수록 가격이 더 빨리 많이 오른 걸로 나타났습니다. 모두가 치솟은 물가를 경험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들을 많이 소비하는 저소득층의 부담이 훨씬 더 컸단 뜻으로 해석됩니다.
김덕현 기자입니다.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있었던 지난 2022년, 세계적 공급망 교란에 각국 정부의 돈 풀기 정책 영향으로 고물가가 극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상품 가격대별로 상승폭은 달랐습니다.
한국은행이 가공식품 81개를 가격별로 저가부터 고가까지 4단계로 구분해 코로나 전후 3년간 흐름을 비교한 결과, 1단계 저가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16.4%였던 반면 4단계 고가상품은 5.6%에 그쳤습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소시지 값이 백화점 고급 햄보다 3배가량 많이 오른 겁니다.
저렴한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많이 오르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현상입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저가 제품일수록 소비자 가격 전가가 빨랐고, 고물가 상황이다 보니 저렴한 제품에 소비자 수요가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상봉/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엥겔 지수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타격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죠. 줄일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없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취약계층들은 더 줄이기 어려운 거죠.]
코로나 이후 고물가 속 저소득층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경험했다는 뜻입니다.
현재 물가는 목표 수준인 2% 이하로 안정됐지만, 저소득층 소비 여력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고 내수 심리는 여전히 부진합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 카드 사용액도 보면 소폭 줄었는데 소비심리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것이 계속해서 더 낮아질 가능성, 이런 것들이 걱정이라 이럴 때 재정이 긴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거고요.]
고물가 시기엔 중저가 제품에 대한 할당 관세나 할인지원 등 '선별적'인 가격안정책이 요구됩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김규연·박천웅·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