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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탐사 시추로 손해"…포항 홍게 어민들 분통

"석유 탐사 시추로 손해"…포항 홍게 어민들 분통
▲ 9일 오전 부산 남외항에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해 있다.

"처음에 한두 번 와서 협의하더니 지금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수협 조합장만 만나고 실제 어민들과는 만나지도 않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경북 포항에서 홍게잡이를 하는 선주로 구성된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의 김진만 회장은 석유공사의 '대왕고래' 시추와 관련한 견해를 묻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포항에서 동쪽으로 50㎞가량 떨어진 '대왕고래' 해역에서 20일부터 가스·석유가 묻혀 있는지 탐사 시추합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드릴 작업을 통해 시료를 확보하는 데만 2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후 시료 분석 등 과정까지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는 첫 탐사시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시추 탐사 구역이 홍게 어장과 겹칠 뿐만 아니라 시추 시기도 홍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라는 점입니다.

32척인 포항지역 홍게잡이 배 가운데 80% 정도는 시추 예정지와 가까운 곳에 어구를 놓고 홍게를 잡고 있습니다.

또 어민들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홍게를 잡은 수익으로 사실상 1년을 산다고 할 정도로 지금부터가 홍게가 많이 나는 시기입니다.

그런 만큼 홍게 어민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시추로 홍게잡이에 큰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합니다.

홍게 어민들은 "시추 때 나는 진동과 소음으로 반경 20㎞ 내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논문이 있어 홍게잡이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시추 예정지에 놓은 어구를 다른 어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어장의 어민과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이미 2021년부터 석유공사의 탐사 용역을 맡은 하도급업체의 탐사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홍게 어민들은 지난해 4월 석유공사 하도급업체가 탐사선 장애를 이유로 홍게잡이어선 12척의 어망 부표를 제거하는 바람에 어망 피해, 조업 중단, 인건비 등으로 20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재물 손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일부 어민에게 합의금을 지급했으나 일부 어민과는 민사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김 회장은 "석유공사 시추로 홍게잡이에 차질이 있는데도 제대로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시추로 전체 홍게잡이 배가 영향을 받는 만큼 협의를 거쳐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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