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로 사랑받은 배우 김준한 씨가 연극 무대에도 진출했습니다. 현재 그는 동명의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만든 연극 '타인의 삶'에서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 역을 맡이 열연하고 있죠.
영화나 연극 연기와 연극 연기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왜 그는 연극을 하고 나서 많이 겸손해졌다고 했을까요?
김수현 기자 : 그전에 드라마나 영화는 많이 해보셨지만 '연극 연기는 해보니까 이게 좀 다른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한 거 있으세요?
김준한 배우 : 저는 되게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사실 하면서. 제일 다른 지점이 어쨌든 이걸 받아들이는 사람들,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관객들이 받아 갈 수 있는 그 환경 자체가 너무 다르잖아요. 그거에 맞게끔 연기가 돼야 되고 그거에 맞는 효과적인 연기가 있는 거니까. 사실 뭐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는 훨씬 더 디테일한 것들을 볼 수 있죠. 경우에 따라서는 배우의 어떤 작은 눈의 떨림이라든지 숨소리 하나까지 포착하는. 그런 것들을 통해서, 그리고 샷의 사이즈나 혹은 뭐 어떨 때는 이 인물을 아예 배제시켜 놓고 반대쪽의 인물들만 보여주고. 어떤 그림 안에 담아낼 것인지가 그 모든 것들을 통해서 되는 건데...
연극은 그냥 딱 서는 순간부터 풀샷으로 무대 위에 배우들은 존재하게 되고 관객들이 그걸 스스로 쫓아가는 그런 것들이잖아요. 그리고 이제 클로즈업보다는 훨씬 먼 상태에서 이것들을 만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뭐 말하자면 그런 거죠, 이렇게 아주 가까이서 얘기할 때 우리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과 저기 멀리 있는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게 똑같은 반가움을 표현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처럼. 근데 이제 제가 많이 써보지 않은 방식이다 보니까 약간 뭔가 새로운 언어를 배워나가는 느낌? 그렇게 시도해 나가는 느낌? 그러다 보니까 평소에 하지 않았을 선택들도 하게 되고, 몸짓도 훨씬 더 뭔가 몸으로도 표현해야 되는 것들이 있고, 표정도 그렇고.
특히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언어였어요. 음성적인 부분이... (약간 발성 뭐 이런 것도) 저는 이제 워낙 또 좀 실제적인 것들에 대해서 많이 좋아하고 공부해 오던 사람이라서. 근데 사실은 연극은 실제적인 것보다 보시는 분들에게 실제적으로 다가가는 게 더 중요한 작업이니까 그러려면 소리를 더 내야 되고 하는 나로서는 조금 더 일상보다는 좀 과장된 느낌의 것들을 해줘야 받는 사람들은 그걸 편하게 가져갈 수 있는 거라서.
근데 그게 사실 극장에 들어와서 리허설을 하는데 저희가 테크를 한 4일 정도 했는데 딱 왔는데 '어!' 이상한 거예요, 제가 생각해도.
이병희 아나운서 : 어떻게 이상해요?
김준한 배우 : 그러니까 너무 작고 잘 안 들리고 저 사람이 뭘 하는지 잘 못 알아먹는 것들이 나오고 있어서 비상이 걸렸어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 네.
김준한 배우 : 그래서 연출님이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하시면서 심지어 조연출 하는 친구가 저기 무대 뒤에서 이제 마이크 들고 이제 연출님이 '안 들리면 안 들린다고 얘기해 줘요' 이렇게 해서 '선배님, 안 들립니다' 이런 식으로. 거의 하드 트레이닝 식으로.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러면 되게... 본 공연 며칠 전인 거 아니에요?
김준한 배우 : 며칠 전이었는데... 그게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본래 습관이 남아 있으니까 이렇게 몰입하고 이러다 보면은 그걸 까먹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하던 습관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좀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환골탈태. (웃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웃음)
김수현 기자 : 아니, 제가 가서 봤을 때도요. 네네.
이병희 아나운서 : 근데 영화나 드라마는 진짜 마이크를 여기까지 이렇게 갖다 대고 하잖아요. 그럼 톤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요.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거예요?
김준한 배우 : 아, 연극이랑 드라마랑요? 요즘 드라마나 영화는 그냥 평소에 얘기하는 이 정도 거리면은 그 거리에 대한 감각으로 사람이 대화를 하잖아요. 볼륨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그게 다 포착이 되고 심지어는 그거보다 더 내밀하게 했을 때 어떤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있다고 보거든요. 그 정도로 그 수음 기술이 되게 발달이 돼 있어요.
근데 이제 연극은 사실은 이게 아무리 마이크를 대고 해도 그 배우가 실제로 육성으로 냈을 때 그 공간을 채우는 그 에너지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것들이 이제 객석으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약간 어떤 느낌이냐면 '이분이 귀가 잘 안 들리신다.'
김수현 기자, 이병희 아나운서 : 아아.
김준한 배우 : 혹은 내가 좀, 자기도 귀가 잘 안 들려서 크게 얘기하는, 그런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약간 그런 느낌으로 해줘야 되고 그리고 말도 좀 제대로 맺어줘야 되고요. 딕션도 훨씬 더 또렷하게 해줬을 때 보시는 분들이 편하신 것 같아요. '이 사람 왜 이러지? 뭐 커피를 많이 마셨나? 약간 각성이 많이 돼 있네' 싶은 어떤 느낌으로 해줬을 때 뭔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다는 거.
김수현 기자 : 그렇죠. 무대라는 그 공간이 일단 있으니까, 그걸 채워야 하니까,
이병희 아나운서 : TV, 영화는 어쨌든 장면 장면 잘라서 하지만 이거는 그렇게 크게 하는데도 호흡을 계속 길게 가져가야 되는데 너무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김준한 배우 : 그래서 정말 제가 상상한 거 이상으로 연극이 진짜 어렵구나, 쉽지 않구나 느꼈어요. 이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엄청나게 집중을 해야 되는 작업이고 그래서... 예, 많이 겸손해졌습니다. 이번에 이거 하고서 '아, 진짜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많이 배운 것 같고 아마도 아마도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비즐러가 2명인데 좀 어떻게 다른가요? 배우가 2명인데.
김준한 배우 : 일단 그 각각의 비즐러들이 이 자기들에게 처해지는 상황을 해석하는 것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래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