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는 무효표가 8장 나왔습니다. 탄핵소추에 각각 찬성, 반대한다는 의미의 '가'와 '부'를 함께 적은 용지도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의 복잡한 속내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기태 기자입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끝난 뒤 본회의장 개표 당시 촬영된 사진입니다.
한글이나 한자로 찬성한다는 의미의 '가' 또는 반대한다는 의미의 '부', 둘 중에 하나만 적어야 하지만, '가'와 '부'를 동시에 표기한 투표용지가 눈에 띕니다.
'가' 뒤에 점을 그려 넣은 것도, '기권'이라고 쓴 것도 모두 무효입니다.
기권표는 아무것도 안 적어야 기권표가 됩니다.
실수라기보다는 고의적으로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여당 의원들 중 당론인 '탄핵 반대'를 따르고 싶지 않았거나, 친한계 가운데 '탄핵 찬성' 입장에 동조하지 않으려 한 의원들이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었을 거라는 겁니다.
[윤태곤/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여야가 당론을 가지고 갈등을 많이 빚었을 때 이런 현상이 많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투표 때도 그랬고 최근에는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도… 소극적 의사 표현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탄핵소추에 반대한 85표를 놓고는 여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이 막판에 탄핵 반대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틀 전 당내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윤계 권선동 의원이 얻은 72표보다 탄핵 반대표가 13표가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표결 직전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여당 인사들이 내란 공범으로 적시됐다는 얘기가 확산하면서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데다, 표결이 무기명으로 이뤄지다 보니 투표 막판까지 고민한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남 일, 사진제공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