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경기도에 있는 육군 보병사단에서 군 복무를 한 A(23) 씨는 당시 고참급이 되면서 분대장으로 선임됐습니다.
보통 상병이나 병장이 맡는 분대장은 후임병인 분대원들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습니다.
A 씨는 자신의 중대로 전입한 지 하루밖에 안 된 이병 B(21) 씨에게 작업하다가 남은 전선을 갑자기 갖다 대며 "전기충격"이라고 외쳤습니다.
선임병의 황당한 행동에 당황한 B 씨는 얼굴이 얼어붙었습니다.
그러자 A 씨는 "넌 지금 감전당한 거야"라며 "감전됐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냐"고 윽박질렀습니다.
B 씨가 다시 멈칫하자 A 씨는 "그게 아니지"라며 "진짜 감전된 것처럼 하라고"라고 소리쳤습니다.
B 씨는 다른 병사들이 있는 생활관에서 1분 동안 몸을 심하게 떨면서 바닥에 누워 감전된 것처럼 흉내를 내야 했습니다.
A 씨에게는 '전기놀이'였지만 B 씨에게는 '가혹행위'였습니다.
가혹한 전기놀이는 점호시간에도 이어졌습니다.
B 씨는 다시 A 씨 입에서 "전기충격"이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감전된 것처럼 몸을 반복해서 떨었습니다.
제대로 못 할 때는 다른 분대원이 흉내 내는 모습을 보고 똑같이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B 씨를 부대 내 매점(PX)에 데려간 어느 날 A 씨는 냉동 치킨 6개 봉지, 컵라면 2개, 음료수 2개를 샀습니다.
B 씨가 "너무 많지 않냐"고 물었지만, A 씨는 "다 먹을 수 있다"며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냉동 치킨 3봉지가 남았습니다.
"진짜 더는 못 먹겠다"는 B 씨에게 A 씨는 "선임이 준 건데 남기냐"며 억지로 다 먹게 했습니다.
B 씨보다 열흘가량 먼저 전입한 또 다른 후임병은 오후 10시 취침 시각이 되자 생활관에서 "성 경험이나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라"는 강요를 받고 새벽 1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범행이 뒤늦게 들통난 A 씨는 결국 위력행사 가혹행위와 협박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판사는 "군대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폭력은 탈영이나 총기 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A 씨는 1심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검찰은 오히려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습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3부(신순영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고 오늘(16일)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군대 내 상명하복 질서와 폐쇄성을 이용해 후임병인 피해자들을 지속해서 괴롭혀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해자들이 겪은 신체·정신적 고통이 상당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원심에서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들과 항소심에서는 모두 합의했다"며 "피고인이 초범이고 잘못을 뉘우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