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즐라티 쿤과 독일 라니스 지역 초기 현생인류 상상도
아프리카를 떠난 초기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와 유럽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혼혈이 시작된 것은 4만 9천~4만 5천 년 전부터이며 이후 7천여 년간 두 인류 간 혼혈이 이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 아레브 쉬머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 프리야 무르자니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각각 13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두 연구팀은 이 연구는 초기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간 혼혈이 알려진 것보다 더 늦게 시작됐음을 보여준다며 이 결과는 초기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하는 과정과 이들의 분포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게놈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1∼2% 섞여 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를 떠난 초기 호모 사피엔스가 당시 유럽 등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했다는 확실한 증거지만 이런 혼혈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6만 5천~4만 7천 년 전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었습니다.
네이처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아레브 쉬머 박사팀은 이 연구에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4만 5천 년 전 현생인류의 유골에서 채취한 게놈을 분석해 네안데르탈인과의 혼혈 사건이 일어난 더 정확한 시기를 역으로 추적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4만 5천 년 전 유럽에 도착해 네안데르탈인과 최소 5천 년 이상 공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럽의 초기 현생인류 집단으로는 바초 키로와 체코의 즐라티 쿤 집단이 대표적입니다.
즐라티 쿤 집단은 아프리카 외 지역 혈통에서 갈라져 나온 가장 초기 현생인류로 게놈에 네안데르탈인과 한 차례 교배 증거가 남아 있고, 바초 키로 집단의 게놈에는 더 이른 시기에 두 차례 교배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남아있습니다.
연구팀은 독일 라니스(Ranis) 일센횔레에서 발견된 현생인류 유골에 주목했습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4만 9천~4만 1천 년 전 유럽 중부 및 남부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로 밝혀졌지만 당시 유럽에 살던 다른 집단과의 관계는 불분명했습니다.
라니스 집단의 4만 5천 년 전 유골 게놈을 분석하고 이를 즐라티 쿤 그룹 게놈과 비교한 결과 라니스 집단 2명이 즐라티 쿤 집단과 유전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두 집단이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 혈통에서 가장 초기에 분리된 동일 그룹에 속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 라니스 집단은 게놈에 약 2.9%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모든 비아프리카 현생인류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두 인류 간 단일 교배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두 인류의 혼혈 사건이 라니스 그룹이 살기 약 80세대 전인 4만 9천~4만 5천 년 전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사이언스에 논문을 공개한 UC버클리 프리야 무르자니 교수팀은 지난 4만 5천 년 동안 유럽, 서아시아, 중앙아시아에 살았던 현생인류의 게놈 58개와 전 세계 현대인 275명의 게놈을 비교, 네안데르탈인과의 혼혈 시기를 추적했습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호모 사피엔스에 섞이고 진화한 과정을 역추적하면 혼혈이 처음 일어난 시기를 찾을 수 있다며 분석 결과 두 인류 간 첫 교배는 4만 7천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는 기존 연구에서 두 인류의 첫 교배 시기를 5만 4천~4만 1천 년 전으로 추정해 온 것보다 훨씬 이른 것이라며, 네안데르탈인과 호마 사피엔스의 혼혈은 이후 7천여 년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르자니 교수는 현재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비율이 높고 데니소바인 유전자도 0.1% 가진 동아시아계 사람들을 연구 중이라며 이런 연구를 통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등의 혼혈 관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Tom Bjorklund 제공, Petr Veleminsky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