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촛불 집회 현장은 달라진 집회 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MZ로 불리는 젊은층의 참여가 늘면서 야광봉을 흔들고 K팝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며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는데요. K팝이 새로운 민중가요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광현 기자입니다.
<기자>
걸 그룹 소녀시대가 지난 2007년 발표한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 17년이 흐른 올해 겨울 비상계엄이 촉발한 촛불 집회 현장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의 연령 폭이 확대되면서 '다시 만난 세계'를 필두로 K팝 히트곡들이 신 민중가요로 부상하고 있는 겁니다.
한 국내 대표 음원 차트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을 기점으로 '다시 만난 세계' 청취자 수는 직전 일주일보다 23%나 증가했습니다.
캐럴 같은 시즌 송이 아닌 17년 전 노래로는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힘 있는 멜로디와 다소 비장한 느낌이 들게 하는 코드가 집회 현장에 어울린다는 분석입니다.
집회 현장마다 아이 돌 응원봉이 등장하는가 하면 에스파, 데이식스, 블랙핑크 로제의 히트곡도 종종 흘러나옵니다.
중 장년층 사이에서는 탄핵 플레이리스트라며 K팝 노래들이 SNS 대화방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가사가 주는 메시지는 집회와 별다른 접점이 없는데도 K팝이 민중가요나 투쟁가를 대체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촛불 집회 참가자 가운데 2030대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K팝 특유의 빠른 템포와 비트 등이 집회 열기를 끌어올려 현장에 동력을 공급해 주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