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고별 칼럼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 (kakistocracy·저급한 자들에 의한 통치)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 찾기'라는 제목의 마지막 칼럼에서 자신이 NYT에 글을 쓰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평화와 번영을 당연하게 여겼고 유럽에서도 정치, 경제적 통합이 진행되는 등 상황이 잘 돌아가는 듯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낙관주의가 분노와 원망으로 바뀌었다며 그 원인을 '엘리트에 대한 신뢰 붕괴'라고 짚었습니다.
크루그먼은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없고, 그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2003년 조지 W.부시 행정부가 감행했던 이라크 침공,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의 유럽 재정위기 등을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엘리트층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노동계급뿐만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억만장자들도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며 분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기술 억만장자들의 극우화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는 안 되며, '정치적 올바름'(PC)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봐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들이 극우화된 것은 "기본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누리던 부자들이 이제 돈으로는 대중의 사랑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안으로 카키스토크라시에 대한 저항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분노가 나쁜 사람들이 권력을 잡도록 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며 "언젠가 대중은 엘리트를 비난하는 대부분의 정치인도 실제로는 엘리트라는 점을 깨닫고, 그들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그 시점에는 대중이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거짓 약속을 하지 않으며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말에 기꺼이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봤습니다.
진보 성향의 크루그먼은 지난 2000년부터 일주일에 네 번씩 NYT에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 대한 칼럼을 실어 왔습니다.
그는 이번 칼럼을 마지막으로 NYT는 떠나지만, 다른 곳에서 자신의 견해를 계속 펼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