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블루 카펫'을 밟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상식 이후 이어진 만찬에서 한강 작가는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의 반대 편에 서 있다"며 문학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국내 상황은 여전히 지난 비상계엄의 여파로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해야 할 시기에, 무책임한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을 주도해 내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미디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오늘 마부뉴스는 마부뉴스가 선택한 올해의 인물 특집 편을 준비해 봤습니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트럼프의 든든한 힘이 되어준 일론 머스크 등 다양한 인물이 후보군에 있었지만, 마부뉴스의 선택은 한강 작가입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우리 마음 한 편의 위안이 되어 준, 그리고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정반대 편에 서 있는 한강 작가에 대한 마부뉴스의 편지, 지금부터 시작해 볼게요.
노벨상 여성 수상자 중 66번째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으로 발표되면서, 우리나라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 노벨상을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잠깐… 앞서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스웨덴 시상식 ‘블루 카펫’을 밟게 되었다고 언급을 했는데요,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은 시상식에 참여를 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이 최초의 '블루 카펫'을 밟은 이유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노벨상 가운데 유일하게 스웨덴이 아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되고 있기 때문이죠.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해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강 작가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번 수상으로 대한민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게 된 기록을 세웠습니다. 노벨문학상으로는 아시아 여성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죠.
1901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노벨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엄청난 돈을 번 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의 유산의 94%를 기부했고, 이 유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노벨상을 운영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노벨에 유언에 따라 물리학, 화학, 문학, 생리의학, 평화 이렇게 5개 부문의 노벨상이 만들어졌어요. 경제학상은 노벨의 유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스웨덴 중앙은행 설립 300주년을 기념해서 추가로 제정한 분야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1901년부터 2024년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 가운데 여성(노란색)은 소수입니다. 지난 124년 동안 남성은 915번, 여성은 66번 수상했죠. 파란색으로 표시된 건 기관이 수상한 경우입니다. 여성 수상자는 노벨상이 시작된 지 3년 차에 바로 등장했지만 그 규모가 이후 확 늘진 않았어요. 그렇다면 노벨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는 누구일까요? 바로 방사능 물질인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마리 퀴리입니다. 참고로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2번 수상한 5명의 인물 중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죠.
한 해에 2명 이상의 여성 수상자가 등장한 건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76년입니다. 이때엔 베티 윌리엄스와 메리어드 코리건이 북아일랜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어요.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여성은 한강 작가뿐입니다. 아시아계 역시 한강 작가가 유일하고요.
전 세계로부터 추천받아 추리는 노벨문학상
노벨문학상 선정엔 1년 전부터 작업이 진행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2023년 9월부터 준비하는 겁니다. 노벨문학위원회에선 문학상 후보 지명 권한이 있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발송하고 이듬해 2월까지 후보를 추천을 받습니다. 2월이 되면 위원회에선 추천받은 후보자들을 검토한 뒤, 전체 목록을 아카데미에 제출하죠. 이후에도 위원회에서는 후보자들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예비 후보자를 보고하게 되는데 4월에 보고되는 예비 후보자는 약 15~20명 정도로 추려진다고 합니다. 5월에는 예비 후보자 가운데 5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요.
18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은 5명의 최종 후보자들의 작품을 읽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9월에 아카데미 회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투표를 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죠.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아카데미 위원들의 투표 중 절반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수상자가 발표된 이후에도 노벨문학상 심사 관련된 정보는 50년간 일체 봉인됩니다. 그래서 현재 노벨문학상 후보 아카이브에서 공개된 자료는 1901년부터 1973년까지의 자료뿐이죠. 이 자료에는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마부뉴스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종의 추천 네트워크를 그려봤어요. 물론 50년 전 상황이라 현재의 노벨문학상과의 접점은 크지 않지만, 이런 관계망을 거쳐서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었다는 점에서 바라보면 좋을 것 같아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가는 덴마크의 소설가 요하네스 빌헬름 옌센이었습니다. 요하네스 옌센은 총 53번의 추천을 받아 194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죠. 하지만 역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가는 따로 있습니다. 스페인의 메넨데즈 피달은 총 185건의 추천을 받아 역대 추천 2위, 3위 작가들의 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압도적인 기록을 갖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노벨상을 수상하진 못했습니다.
참고로 이 데이터에는 우리나라 작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광수, 강용흘, 김은국, 박두진까지… 총 4명의 작가를 확인할 수 있죠. 참고로 강용흘 작가와 김은국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입니다. 이 네 사람 모두 문학평론가 백철이 1970년대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참고로 백철과 이광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등재되어 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