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열리는 11일 오전 12시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한승원 문학 학교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마을 주민 등이 시상식 중계를 보고 있다.
"이렇게 좋은 날이 있을까요. 역사적인 순간이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늘(11일) 오전 1시 전남 장흥 안양면 율산마을 한승원 문학관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10일 오후 11시 30분부터 벌어진 한밤중 잔치를 즐기다 주민들은 스웨덴 스톡홀롬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 중계가 시작되자 일제히 강당에 모여들었습니다.
화면을 통해
한림원이 물리학상, 화학상과 생리의학상에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호명하자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습니다.
"역시 한강", "최고다" 등 짧고 굵은 메시지를 외치며 문학관 안은 축하 열기로 더욱 후끈해졌습니다.
율산마을 주민 조 모(60) 씨는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선생님과 이웃으로 지내면서 몇 차례 한강을 본 적이 있다"며 "일찍이 한강의 재능과 감성을 알고 '소년이 온다'를 참 감명 깊게 읽었는데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박 모 율산마을 이장도 "한강 작가의 수상은 마을과 국가의 경사"라며 "노벨문학상으로 우리 마을과 한국을 빛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한국 문학을 선도해주길 바란다"고 감동을 전했습니다.
한강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는 당초 축하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모습을 비추지 못했습니다.
대신 주민들과 시상을 축하하기 위해 한승원 문학관을 찾은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현수막 속 한강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김 지사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엄혹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한강 작가는 작품을 통해 폭력과 억압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상황일수록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우리 국민들에게 한 줄기 빛으로서 희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강 작가가 태어난 광주에서도 축하 행사가 열렸습니다.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인공지능(AI)으로 복원돼 홀로그램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동호는 5·18 당시 최후 항전을 벌이다 희생된 실존 인물인 고(故) 문재학 열사의 이미지를 형상화했으며 김형중 인문도시광주위원회 위원장이 동호가 돼 편지를 썼습니다.
동호는 "죽은 이의 혼은 육신이 아니라 그를 기억하는 마음속에 깃든다.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의 마음속에 있다"며 "그럴 기회를 준 한강 작가에게 감사드리고 책을 펼치는 순간 저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