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이 병원·자택 등에서 대기하는 '콜 대기'로 받는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으려면 병원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놓였는지가 입증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간호사 A 씨 등 298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14일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 씨 등은 2016년 공단을 상대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다시 산정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근로자는 통상임금 급여액을 기준으로 수당·퇴직금을 받기 때문에 통상임금 규모가 커질수록 유리합니다.
당초 원고는 2천여 명에 달했으나 8년 넘는 소송 과정에서 줄었습니다.
이들은 당직과 콜 대기 근무를 하며 받은 수당도 통상임금에 산입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택이나 병원에서 대기 상태로 머물다가 병원 연락을 받고 출근하는 경우도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에 포함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1, 2심은 당직 및 콜 대기 근무에 따른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2심은 "원고들은 야간 또는 휴일에도 평일 주간에 행하는 본래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시 대기하는 형태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인용해 "당직 근무가 전체적으로 근무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의 단속적(끊어졌다 이어지는)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본래의 업무에 실제로 종사한 시간만을 근로 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원고들이 통상근무 시간에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통상근무와 당직 또는 콜 대기 근무 사이의 근무 밀도 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자택에서 당직 또는 콜 대기 중 콜을 받으면 몇 분 안에 출근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택에서의 당직 또는 콜 대기 근무 시간 전부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있는 근로 시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점을 명확히 한 뒤 다시 재판하라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다만 임금 소급 인상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은 매년 반복된 합의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면 임금 소급 인상분을 지급받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고, 노사 합의에 따라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가 인상된 기본급을 기준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