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정재호 주중대사
비상계엄 선포·해제에 이은 한국의 탄핵 정국으로 인해 주중대사 교체 일정도 불투명해졌습니다.
10일 외교가에 따르면 주중대사관은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정재호 현 대사의 이임식 행사를 지난 4일 취소했습니다.
정 대사는 지난 10월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새 주중대사에 내정되자 임기 마무리를 준비해 왔고, 당초 이달 중 중국을 떠난 뒤 서울대 교수직으로 복귀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지난 7일 사실상 2선 후퇴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정 대사의 이임·귀국 일정 등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귀국 명령을 해야 할 윤 대통령이 실제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2선 후퇴' 선언 이튿날인 지난 8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는 임면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이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거나 하야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법적' 대통령 권한은 갖고 있지만, 논란을 뚫고 권한을 행사하는 데는 '정치적' 저항이 따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외교 소식통은 "정 대사의 귀국에도 (대통령의) 명령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는 국내 상황 때문에 불투명해진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문제는 후임 주중대사로 내정돼 정식 부임을 눈앞에 뒀던 김대기 전 실장의 중국행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을 받았고, 한국의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이달 말께 부임할 예정이었습니다.
해외 주재 대사는 본국 국가원수의 신임장을 주재국으로 가져와 제출한 뒤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신임장을 줄 대통령의 거취와 권한 행사가 모두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이 새 주중대사로 부임하더라도 중국 내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중국으로서는 윤 대통령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와 관계를 새롭게 다지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김 전 실장의 부임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고, 김 전 실장이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중대사 부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까지 외교가에선 나옵니다.
한중 관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 두 번째 주중대사로 내정된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중량급 인사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실장의 주중대사 인선을 발표하며 "우리 외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함과 동시에 최근 활발히 가동되고 있는 한중 고위급 교류의 흐름을 이어 양국관계를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고, 중국 매체들은 한중 관계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역시 중량급 인사로 평가되는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표(특명전권대사)를 신임 주한 중국대사로 내정하면서 양국 간 외교 채널에 다시금 활력이 주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습니다.
외교소식통은 김 전 실장의 부임·활동 문제에 대해 "국가원수가 임명했고 중국으로부터 관련 절차도 이미 다 된 상황"이라며 "(대사의 활동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한국의 정치적 미래를 불투명하게 했는데, 한국의 불안이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에서 발생한 일은 한국의 내정으로 논평하지 않겠다"며 "중한 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다이빙 신임 주한 중국대사는 이달 23일쯤 부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한중국대사 자리는 지난 7월 싱하이밍 대사가 이임한 이후 공석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