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으로 국정 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현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여당과 내각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일임받아 국정을 책임지는 '과도기적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나, 벌써 윤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헌법상 대통령이 직무를 중단하는 가장 명확한 절차는 자진 사퇴와 탄핵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됩니다.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 즉 하야를 결정할 경우 과도기적 국정 운영에 따른 혼란은 즉시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면 대통령직은 '궐위' 상태가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궐위는 '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을 의미합니다.
즉,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 사망, 하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야에 따라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합니다.
그러나 하야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직을 중단하게 할 방법은 탄핵이 유일합니다.
야권은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탄핵안을 무한 발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여당은 현재까지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질서 있는 퇴진론'을 유지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안 의결에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 이상이 무기명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면 탄핵안 가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만약,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2월 9일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으며, 2017년 3월 10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때까지 3개월간 직무가 정지된 바 있습니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의 경우에는 헌재의 기각 결정까지 2개월가량 걸렸습니다.
이러한 헌재의 심판 기간을 고려해 인용된다면 차기 대선은 4∼5개월 후에 열리게 됩니다.
물론 헌재에서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헌법재판관 6인 체제로 운영 중인 헌재가 탄핵 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존재합니다.
헌법 113조는 탄핵 결정에 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으며,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의해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이 필요합니다.
헌재는 재판소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해 지난달 14일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관 6인이 모두 동의할 경우 대통령 탄핵 결정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사를 6인이 결론 내리는 것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6일 현재 재판관 6명 체제에서도 "탄핵 심판 등 헌법재판의 변론을 열 수 있다"면서도 "결정까지 가능한지는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구성 문제로 탄핵 심판 절차가 지연될 경우 국정 공백 상태는 그만큼 길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임기를 포함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여당에 일임한 상태고, 여당은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어 직무 정지나 임기 단축 결정 시기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탄핵과 하야 외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상황도 과도기적 국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경쟁적으로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나서고 있으며, 공수처는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신청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향후 수사기관들은 윤 대통령에게 출석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며, 윤 대통령이 이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체포 후 구속 상태가 될 경우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봐야 할지를 두고 법학자 간 의견이 분분합니다.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헌법 상 '사고'에 현직 대통령의 구속이 포함되느냐가 논쟁의 핵심입니다.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궐위'와 달리 '사고'는 대통령이 존재하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학계에서는 대통령이 수사로 구속되는 경우 사고로 봐야 한다고 주장과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만큼 구속 상태를 사고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맞서는 형국입니다.
한 헌법학자는 "대통령이 수사로 구속되는 경우는 전례도 없었고, 이를 사고로 규정한다는 명시적인 규정도 없다"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 혼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