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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365일 중 2일을 뺀 363일을 의료기관을 찾았습니다.
하루 평균 8.2곳을 돌며 1년에 무려 3천9번 외래진료를 보고, 해열진통소염제인 트리마돌주를 2천249회 투여했습니다.
70대 여성 B 씨는 292일 동안 하루 4.2곳 병의원을 돌며 총 1천216회의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하루에 7곳에 간 날도 있었는데 물리치료를 받은 부위는 등, 무릎, 어깨, 허리 등 다양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이 주최하고 심평원이 주관한 '의료과다이용 실태 분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료 오남용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1인당 연평균 외래 이용 횟수는 15.7회로, 이보다 10배가량 많은 연 150번 이상 외래 진료를 한 사람은 18만 5천769명에 달했습니다.
연 365회, 하루 1회를 초과해 진료를 본 환자도 2천480명이었습니다.
한 해 150∼365회 의료 이용자를 분석해 보니 모든 연령대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한 환자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용자의 91%는 물리치료를, 50%는 신경차단술을 받았고, 60%는 진통제인 트리마돌주를 투여받았습니다.
물리치료는 1년 1천216회, 신경차단술은 670회(70대 남성), 트리마돌주 투여는 2천249회가 최다였습니다.
이 같은 과도한 '의료쇼핑'은 건강보험 재정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합니다.
트리마돌을 연 2천 번 넘게 맞은 A 씨의 경우 이 중 52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용량을 초과해 맞았습니다.
트라마돌주는 미국에선 마약성 진통제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CT 촬영을 무려 130회나 한 50대 남성은 약 270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됐습니다.
이는 일반인의 방사선 유효선량 한도인 연간 1mSv는 물론, 방사선 관계 종사자의 한도 50mSv도 훌쩍 웃도는 수준입니다.
박정혜 심평원 심사운영실장은 "환자들이 여러 기관을 다니며 동일한 치료를 중복·반복해서 받는 경향을 보인다"며 "의료의 오남용은 부작용, 과다한 방사선 피폭 등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의 다른 발제자인 지영건 차의과대 교수는 "진료 단계에서부터 의료기관 간 실시간 진료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의료 과다 이용의 위해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