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항만공사 송도 사옥
인천항 갑문에서 발생한 노동자 추락 사망 당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건설공사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사업주라면 하청업체 직원 사망 사고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사장과 공사 법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인천항 갑문 보수공사 업체 소속이던 A 씨는 2020년 6월 3일 오전 8시 15분쯤 갑문 상부에서 작업을 하던 중 주변에 설치된 시설물이 추락하면서 함께 떨어져 숨졌습니다.
검찰은 보수공사 업체 도급인인 공사가 현장에 안전 설비를 마련하지 않고, 작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며 최 전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 쟁점은 최 전 사장을 도급인 또는 건설공사 발주자로 볼 것인지에 맞춰졌습니다.
산안법상 도급인은 건설공사 현장을 총괄·관리하는 자로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 시 형사책임을 집니다.
반면 발주자는 공사는 도급하지만 시공에 따른 총괄·관리 책임이 없습니다.
1심은 최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공사에는 벌금 1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이 공사 현장의 안전조치가 미비한 사실과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봤습니다.
사업을 발주하긴 했으나 시공을 주도하지 않아 총괄 관리 책임이 없고, 도급인으로서 안전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2심은 최 전 사장과 공사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건설공사 시공을 주도해 현장을 총괄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발주자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사와 최 전 사장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지는 도급인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습니다.
공사가 운영 중인 갑문 유지·보수 전담부서와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고려하면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 수급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본 것입니다.
사망사고 발생 일주일 뒤에도 사고 현장에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참작했습니다.
대법은 "개정 산안법이 관계 수급인 근로자 사망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은 도급 사업주의 의무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 사업장에서 진행된 갑문 정기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에 따르면 이 판결은 2019년 산안법 개정 이후 건설공사 도급 관련 안전조치 의무와 형사처벌 규정 해석에 대해 도급인과 발주자 구별 기준에 관한 첫 판결입니다.
(사진=인천항만공사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