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말씀드렸던, 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전화를 받았던 또 한 명의 핵심인물은 바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인 걸로 저희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당시 여당 의원들 대다수는 계엄 해제 요구를 위해 의원들이 속속 모이던 본회의장이 아닌 여당 당사에 모였습니다. 한동훈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추 원내대표에게 계엄 해제 시도를 막으라고 주문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안희재 기자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31분이 지난 오후 10시 59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국회 출입이 통제되고 계엄군이 들이닥치는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는 동안, 의총 장소는 1시간 사이 4차례 수정 공지됐고 여당 의원들은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습니다.
국회에 진입한 한동훈 대표는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으로 올 것을 거듭 지시했지만, 친윤계를 비롯한 대다수 의원들은 국회 밖 중앙당사로 향했고 여당 의원 108명 가운데 18명만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추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S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추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한 겁니다.
추 원내대표는 SBS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미리 얘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이 상황을 설명하고, 짧게 통화가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확한 통화 시점은 기억나지 않고 통화 기록은 자동 삭제됐다"면서 "계엄 해제안 표결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동훈 대표에겐 아무 연락을 하지 않은 윤 대통령이 추 원내대표에게만 전화한 걸 두고 계엄 해제 방해를 지시한 건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가 현역 의원의 휴대전화를 빌려 "본회의장 집결이 당대표 지시"라는 글을 올렸음에도 추 원내대표가 동조하지 않았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를 미뤄달라고 요청하며 정작 국회에 있던 자신과 일부 친윤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게 의심스럽단 겁니다.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가 당시 여러 차례 추 원내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은 걸로 전해졌습니다.
[김종혁/국민의힘 최고위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 : 제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다 체크를 했는데, (본회의 개의를) 지연해달라는 것은 혹시라도 무슨 계엄군이 더 들어와서 진압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거냐 뭐냐, 오해를 받을 수가 있어서….]
추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들을 국회로 불러 모을 시간이 필요해 우 의장에게 본회의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추경호/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4일 새벽) : 당사에 있는 우리 의원들과 계속 소통하고 의원들의 뜻을 기초로 해서, 원내대표로서 당의 또 우리 의원들의 입장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소통하면서 제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석연치 않은 추 원내대표의 계엄 당일 행보에 당내 일각에선 '원내대표 사퇴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친한계 한 의원은 "국민 대신 대통령실 기분만 살피다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며 "원내 리더십을 교체하고 대통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추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방해한 정황이 있다며 내란죄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과 추 원내대표 사이 통화에서 실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남 일, 디자인 : 김한길·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