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정재오 최은정 이예슬)는 오늘(6일) 오후 2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고발장 전달에 제 3자 가능성' 뒤집힌 판단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제3자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손 검사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에 따라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는 것을 합리적 의심 없을 정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올 1월 1심은 각 메시지 상단에 적힌 '손준성 보냄' 문구를 근거로 손 검사장이 텔레그램으로 고발장 메시지를 김 전 의원에게 보냈다고 판단했지만, 이를 뒤집은 것입니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제3자에게 전송하고, 제3자 등이 김 전 의원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손준성 보냄' 표시가 똑같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 재판부, '검찰총장 윤석열' 겨냥
재판부는 오히려 손 검사장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직무 보고로 전송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손 검사장이 직접 고발을 사주하고자 했다기보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등 검찰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손 검사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 김웅 국회의원 후보와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검찰이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인데, 2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직접 했다기보다 윤 대통령 등 당시 검찰 상급자가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손 검사장이 맡았던 직책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과거 '범죄정보기획관' 자리입니다.
이 직책은 검찰총장에게 보고되는 각종 범죄 수사 관련 정보와 첩보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위치로,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렸지만 대검의 정보 수집 기능이 축소되면서 변화를 겪었습니다.
재판부는 '상급자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표현했는데, '눈과 귀' 역할을 맡은 중간간부의 활동이 누구를 향하느냐는 것과 관련됩니다.
실제 판결문에는 '검찰총장 등 상급자'라는 표현이 26차례 등장했습니다.
고발사주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에서 김웅 전 의원으로 고발장 등 텔레그램 메시지가 직접 전달되지 않고, 그사이에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손 검사장에게 보고받은 상급자가 김 전 의원과 소통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김 전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 씨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이 상급자의 개입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손 검사장)이 수사정보정책관의 지위에서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기존에 수행하던 다른 업무(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장모 대응 문건 등)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이 사법연수원 동기이긴 하지만 친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김웅이 자신보다 연수원 기수가 더 높은 사람이거나 검찰에서의 상사나 선배였던 사람 또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등에게서 그러한 부탁을 받고, 이에 따라 조성은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미래통합당을 통한 고발을 기획하고, 미래통합당 측에 고발장 등을 전달할 자로 김웅을 선택한 다음 김웅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상급자에게 수사 정보를 텔레그램으로 보고하는 게 직무상 이상하지 않으냐는 의심이 가기도 한다"면서도 "당시 언론과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거세게 공격하고 있었고,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1, 2차 고발장의 제출이 급박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검찰 내에서 1, 2차 각 고발장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어서, 보안을 유지하며 은밀하게 진행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보인다"며 "보안성 높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른 아침부터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한다는 게 꼭 그렇게 이례적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부연했습니다.
○ 재판부, '고발사주' 가능성 사실상 인정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실상 2021년 9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발사주' 의혹이 실재였을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1, 2차 각 고발장과 그 기초자료(판결문 등)인 이 사건 각 메시지 대상정보의 작성·수집은 언론 등에서 검찰 또는 검찰총장 윤석열과 그 가족 포함, 검사장 한동훈 등을 상대로 공격하는 것에 대하여 방어하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제보자의 신원 및 전과내역을 밝혀서 언론 보도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당시 여권 정치인 등의 검찰 구성원 등에 대한 의혹 제기의 배경을 언급하면서 그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최강욱, 황희석 등 여권 정치인 등을 고발함으로써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인 당시 대통령 후보를 위해 검찰이 동원돼, 당시 앞뒀던 총선에서 범여권 인사들에게 타격을 주려 야당을 통해 고발을 사주하려 했다는 의혹 내용을 사실상 '그랬을 수 있어 보인다'고 인정한 셈입니다.
○ 손준성 "재판부에 경의" 공수처 "상고 검토"
손 검사장은 판결을 마치고 "충실한 심리 끝에 무죄 선고를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수처는 판결 직후 "판결문을 받아본 뒤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