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공포만화 대표 작가인 이토 준지가 27일 서울 마포구 LC타워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근 세계 시장이 K-웹툰의 약진에 주목하지만 오히려 국내에서는 만가, 즉 일본 만화의 인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5일) 만화계에 따르면 올 한해 국내에서 일본 만화 전시가 쉴 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진격의 거인' 전시가 올해 3월까지 관객을 맞았고, 5∼7월에는 '카드캡터 사쿠라' 전시, 6∼11월 일본 공포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의 작품 여러 편을 소재로 한 체험형 전시 '이토 준지 호러하우스', 7∼9월에는 '명탐정 코난' 연재 30주년을 기념한 원화 전시가 열렸습니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3대 일본 만화 '원·나·블'(원피스·나루토·블리치)도 앞다퉈 한국을 찾았습니다.
6월에는 '원피스' TV 애니메이션 25주년을 기념한 전시가 열렸고, 9월부터 전 세계에서 2억5천만 부 이상 팔린 '나루토'를 소재로 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블리치' 전시는 내년 초에 개막합니다.
여기에 더해 10월부터 '베르세르크', 지난달부터 '강철의 연금술사'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나온 지 10년은 훌쩍 지난 예전 만화 전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2018년 첫 연재를 시작해 최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주술회전'도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일본 만화가들도 이례적으로 내한 사인회에 나섰습니다.
지난 9월 이토 준지 작가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아 첫 팬 미팅과 라이브드로잉 쇼를 연 것이 대표적입니다.
'신부 이야기'를 그린 모리 가오루 작가는 올해 6월 처음으로 내한해 한국 팬들을 만났습니다.
이외에도 '던전밥'의 구이 료코, '스파이 패밀리'를 그린 엔도 다쓰야, '아름다운 초저녁달'의 야마모리 미카, '위국일기'의 야마시타 도모코, '가라오케 가자!'의 와야마 야마 작가 등이 올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일본 만화가들이 한국행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들의 만화가 인기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실제로 이토 준지 작가 팬 미팅의 경우 티켓 판매 단 17초 만에 전석이 매진됐고, 와야마 야마 작가의 신작 만화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내한 소식에 힘입어 3월 마지막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일본 만화가 갑자기 큰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기 쉬워졌다는 점이 꼽힙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손쉽게 보고, 이를 통해 원작 만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입니다.
일본 만화의 인기는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슬램덩크' 열풍 당시 중년층에 더해 10~20대의 관심이 쏟아졌던 것처럼, 이미 10년 넘게 연재된 만화라고 해도 젊은 층이 OTT를 통해 새롭게 팬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최애의 아이', '귀멸의 칼날' 등이 연예인도 보는 이른바 '인싸 애니'로 지목되면서 10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 만화계의 설명입니다.
한 전시기획사 대표는 "만화 전시의 관객 연령층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젊은 층이 눈에 띄고, 20대와 30대가 가장 많다"며 "일본 만화를 대하는 전반적인 기류가 바뀌었다. 넷플릭스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에 힘입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쿨 재팬 전략'을 개정하고 만화와 게임 등 자국 콘텐츠 수출을 2033년까지 현재 4배 이상인 20조 엔(약 177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전략의 골자는 만화 등 콘텐츠 산업을 '일본 기간산업'으로 평가하고, 해외 수요 조사와 프로모션 지원, 디지털화 추진, 젊은 아티스트 등의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재민 한국만화가협회 부설 만화문화연구소장은 "일본 정부가 최근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수출에 정부 차원의 드라이브를 거는 '쿨 저팬' 전략을 강화했다"며 "일본 애니메이션 전시가 늘어난 것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