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 3천년 전 매머드를 잡아먹는 아메리카 원주민들 상상도
1만 3천 년 전 고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매머드와 다른 대형 동물을 주로 잡아먹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류의 급속한 팽창과 대형 포유류 멸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제임스 채터스 교수와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 벤 포터 교수팀은 오늘(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1만 3천 년 전의 아메리카 석기문화인 클로비스 매장지에서 발견된 유아의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엄마가 먹은 단백질의 40%가 매머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 유아의 어머니가 가장 많이 섭취한 단백질은 매머드이고 다음은 엘크, 들소 등이었다며 이는 클로비스인들이 작은 동식물 채집보다는 큰 동물 사냥에 특화된 집단이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클로비스 문화(Clovis culture)는 1만 3천50년 전~1만 2천750년 전 북미 석기문화로, 이때는 매머드 같은 동물이 북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클로비스인들이 거대 동물 사냥꾼인지 또는 작은 동식물 채집·수렵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연구팀은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클로비스인의 식단을 추정하기 위해 먼저 다른 연구자들이 18개월 된 클로비스인 아기인 안직-1(Anzick-1)의 유해를 연구하면서 얻은 안정 동위원소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공동 연구자인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 매트 울러 박사는 유해에 포함된 동위원소는 그 사람 식단의 화학적 지문과 같다며 이를 당시 있었던 음식들과 비교하면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직-1의 안정 동위원소 분석 결과를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 있었던 다양한 식량원(food source)의 동위원소 지문과 비교한 결과, 안직-1의 엄마는 단백질의 약 40%를 매머드 고기에서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엘크나 들소 같은 큰 동물이 다음으로 많았고, 그동안 중요한 식량원으로 여겨져 온 작은 포유류는 식단에서 차지한 비율은 아주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클로비스인의 식단을 아메리카 사자, 곰, 늑대 같은 당시 육식동물과 비교한 결과 매머드 전문 사냥꾼으로 알려진 사이미타 고양이(scimitar cat)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터스 교수는 매머드는 장거리 이동을 했기 때문에 이동성이 뛰어난 인간에게 지방과 단백질의 좋은 공급원이었다며 "매머드에 초점을 맞추면 클로비스인들이 어떻게 수백 년 만에 북미 전역과 남미로 퍼져나갔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터 교수는 "당시 기후는 매머드 같은 일부 거대 동물에게 적합한 서식지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었다"며 "매우 효율적인 사냥꾼이었던 클로비스인들이 취약해진 대형 빙하기 동물의 멸종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Eric Carlson in collaboration with Ben Potter(UAF) and Jim Chatters(McMaster University)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