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민들에게 사소한 불편이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어젯(3일)밤 국민이 느낀 건 작은 불편이 아니라, 권력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소중한 민주주의가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과 공포였습니다.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했던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은 노동규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자정 가까운 시각, 여의도 상공을 날아간 군용 헬기가 잇따라 국회 운동장에 착륙합니다.
소총을 든 군인들이 줄 이어 국회 본청으로 향합니다.
비상계엄 선포 약 1시간 20분 만에, 계엄군 280여 명이 국회로 진입했습니다.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으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는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을 관철하기 위한 병력 배치였습니다.
계엄군은 본청 진입을 가로막는 국회 보좌진 등과 얽혀 약 1시간 가까이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군인이 왜 왔습니까? 여기에?]
입구가 막히자 본청 오른편 창을 부수고 진입에 성공한 계엄군,
[와, 이거 너무하네…미쳤네, 미쳤어.]
기동전을 벌이듯, 본청 중앙으로 돌진했고 넘어지는 사람도 나왔습니다.
총구를 앞세워 달려드는 계엄군에, 보좌진들은 사무집기로 쌓아 올린 바리케이드와 소화기 분사로 맞섰습니다.
민의의 전당을 군홧발이 휩쓴 초유의 사태는, 계엄군 본청 진입 약 40분 만에 국회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에야 멈췄습니다.
본청 밖에 있던 시민과 당직자들은 환호했고, 계엄군은 차례로 국회에서 철수했습니다.
[고생했다! 잘 가라! 고생했어!]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물리적 피해와 손실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배상 문제 등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